오월의 인사
2010.05.01 16:42:54 조회636
어제까지 몰려다니던 검은 구름은 자취를 감추고
오늘 아침, 하늘이 모처럼 맑았습니다.
햇살도 밝고 환해서
새로 돋아난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어쩌면 달력 한 장 넘겼는데
날씨가 이리 좋을까요.
비통하고 잔인한 4월이 물러가기를 기다렸다는 듯
청신한 오월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나봅니다.
이 아름다운 오월에는 부디 모두 좋은 일만 생겼으면 싶습니다.
고등학교 때 비원으로 소풍 가서 신록의 아름다움을 처음 만난 후부터
해다마 햇살과 바람에 반짝이는 어린 잎들이 새록새록 좋아집니다.
하복을 입기 전, 하얀 칼라에 동복을 입고 갔던 그 소풍을 지금도 기억하곤 하지요.
비가 좀 내린 흐린 날이어서 물기 머금은 나뭇가지들은 유난히 검은 빛을 띠고 있었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오래된 나뭇가지들마다 가득 피어난 연둣빛 어린 잎들은
소녀들의 가슴을 출렁이게 만들었어요.
아마 우리들의 모습도 그때는 그 나뭇잎들처럼 싱그러웠겠지요.
흑백 사진에만 남아 있는 단발머리 소녀들은 지금 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오월의 첫 날,
문득 그때처럼 소풍을 가고 싶어지네요.
지금쯤 비원에 가면 그때 재잘거리던 우리들의 수다가 들려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