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봉오리가 피어날 듯 말 듯
수줍고 새침한 후리지아를 선물받았다.
샛노란 꽃잎 아닌
은은한 아이보리 꽃잎, 대궁 쪽으로만 노란 빛이 선명하다.
보는 이들이 낯설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그 기품어린 모습에 이내 감탄하고 만다.
에스 라인 날렵하고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놓으니
초록색 줄기가 선연하게 살아나
제법 운치가 있다.
날마다 물을 갈아 주며 그 운치를 즐기는데 코끝에 스치는 향기가
아름다운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황홀하다.
향기 때문에 순간순간 나까지 격조가 높아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도 꽃이 시들고 있다.
차마 버릴 수가 없다.
시든 꽃 향기가 더 진한 법이라고 위로하며 다시 맑은 물을 갈아넣는다.
후리지아는 줄기도 자존심이 강한 모양이다.
어떤 꽃들은 꽃병에 담아 놓으면 줄기에 물때가 앉아 지저분해지며
물까지 탁해지는데
후리지아 줄기는 자신도 물도 맑게 지키고 있다.
그래도 버릴 때가 오면 버려야겠지.
아직은 잘 늙어가는 여인처럼 봐줄만 하니
한참 더 곁에 두어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