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경기 내용이 clean 이어서 좋았어요"
어떤 인터뷰에서 연아가 그렇게 말했을 때 연아의 환상적인 연기를 볼 때와는 또다른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올림픽을 앞둔 연아의 소감을 간간이 보내준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연아가 먼저 금메달에 대한 집념을 보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결점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동안 연습했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어요'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연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던 최선의 모습으로 임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과적으로 금메달에 대한 집착보다 무결점의 연기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 깨끗한 소원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도록 한 셈이다.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답게...'
어떤 외신에서는 그렇게 그녀의 모습을 표현했다. 정말 보고 있으려니 내 몸이 저절로 따라서 미끌어지듯 그렇게 가볍고 유연하게, 우아하고 아름답게 빙판을 누비는 연아의 모습은 시합이라기보다 천상의 세계를 혼자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얼음 위를 시원하게 미끌어지다가 솟구쳐 오르며 공중에서 몇 바퀴 돌다 사뿐히 내려앉는 그 절묘한 정경은 이미 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것처럼 보였고 당사자는 물론 보고 있는 사람까지 무아지경으로 이끌어 주었다.
그에 반해 아사다 마오는 어떤가.
연아의 연기에 압도되어 이미 얼굴은 굳을대로 굳어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연기를 시작한 그 얼굴은 이를 악문 것 같은 오기만 가득 차서 평소 귀엽던 얼굴이 미워 보일 지경이었다. 평화롭다거나 아름답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더구나 연아처럼 즐기는 모습은 커녕 누군가를 이겨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내비치는 허둥대는 분위기가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더하여 라프마니노프의 '종'이라는 음악은 어쩌면 그렇게 어두운지 그녀의 동선까지 붙들고 늘어져 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녀가 연아의 라이벌이고 일본인이라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볼 줄 모르는 우리네 눈으로도 뻔히 보이는 잦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국력이 우리보다 나아서 그런 것인지 어이가 없었다. 마오의 인터뷰도 한 수 아래였다.
금메달을 꼭 딸 것이라고 야무진 호언을 일삼던 마오의 입에서는 개구리가 튀어 나왔다. 분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라이벌이었지만 연아의 실력을 인정해 주고 축하한다는 말 한 마디쯤 할 수 있어야 했다. 한때 최고의 자리에 서봤어도 어려운 기술로만 점수를 얻으려 애썼던 마오에게는 욕심밖에는 없어 보였다. 연아처럼 clean 에 대한 마음이 앞섰더라면 어땠을까. 둘은 이미 격이 다르고 차원이 달랐다.
세상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그처럼 깨끗하고 완벽한 진실을 찾아 노력한다면 매사에 금메달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clean'
연아는 커다란 감동과 행복을 우리에게 주었을 뿐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이번에 보여주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