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 전 일이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어가노라 동창들도 거의 못만나고 살다가
때가 되었던지 한 사람 두 사람, 소식도 듣고 그러다 만나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들처럼
적당히 연륜이 배인 모습으로, 그러나 옛 모습 남아있는 반가움에 한동안 흥분되었었어.
그러다가 몇몇이 정기적으로 만나자며 손가락 걸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이게 되었지.
이름하여 두월회
내 휴일이 월요일인 탓에 두번 째 월요일에 만난다 해서 붙인 명칭이야.
누구누구였냐면
예경이, 동우, 경자, 경원이, 나, 그리고 가끔 성자도 나왔고.
어제 EBS 한국기행 편에 춘천을 보여주는데 문득 두월회 생각이 나더군.
춘천행 무궁화 열차를 타고 우리는 강촌에도 갔고 춘천 소양호에도 다녀왔잖아.
강촌 하면 젊은애들 데이트 코스여서 청춘의 무리들이 꾸역꾸역 기차에서 내리는데
무슨 배짱으로 오십이 훌쩍 넘어 육십에 가까운 우리들이 거기 섞여 있었던지
새삼 우습겠지.
그런데 우리 맘은 그애들 맘 못지 않게 푸른 물이 뚝뚝 돋았어.
만나면 여고시절로 돌아가 있으니 말이야.
얼어붙은 구곡폭포에서 빙벽 등반도 구경하고 눈덮인 자전거 도로를 벌벌 떨며 걸었던 일,
매운탕에 곁들인 조껍데기 술을 먹고 시원찮은 내가 배탈이 나 돌아오는 기차에서 연신
화장실 들락거리던 일이 떠오르더라.
소양호에 갔을 때도 겨울이었지? 호수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찬지 선실에 가만 앉아있으면
좋으련만 그 짙푸른 물결과 하얀 포말이 보고 싶어 일부러 갑판에 서서 고생하던 일,
어제 TV 보면서 갑자기 두월회 모임이 그리워지대.
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떠났던 길이며
경원이네 이천 하얀집도 모두 새삼 알알이 떠오르는 거야.
언젠가 예경이가 우리 두월회 다시 모일 수 있도록 기도한다기에 웃고 말았는데
예경이 심정이 이해가 가누먼.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도 있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지만
잠깐 동안의 두월회 만남이 지금 생각하니 참 행복했었다 싶어.
지금은 각자 또 다른 모임에 열중하고 있을 옛 두월회 멤버들 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