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기장
창 너머 재잘거리는 새들의 합창소리는 어김없이 오늘도 내 단잠을 깨운다.
함께 잠든 스마트폰의 전원을 켜고 밤새 들어온 소식을 점검하고 보낼 것 보내고 느즈막하게 일어나
세면대를 거쳐 주방으로 간다. 요즈음 집콕의 시간 속에 하루 세끼를 준비하는 것이 여간 쉽지가 않아
가끔씩 맛집을 찾던 그날들이 그립기도 하다. 아침식사는 늘 씨니얼에다 알몬드 우유를 넣어 호두, 잣,
바나나를 첨부해 먹고, 배달되어 온 신문 구석구석을 펼쳐보는 일과도 잊지 않는다. 남편은 뒷뜰 텃밭에 화초,
고추모종을 심느라 바쁘고 난 남편과 달리 나만의 즐길 시간 속으로 외출 준비다.
컬러풀한 티샤스와 쫄바지를 입고 정해놓은 1시간의 걷기운동은 부실한 내 건강을 위한 운동이기에
억지라도 쉬지않고 차에 시동을 건다 운전 3분 만에 도착한 호숫가. 근처 한적한 숲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싱그러운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저 켵에서 다가오는 산책객들과의 만남이 반갑지만 예전과 달리 거리를 두고
손짓으로만 인사하는 어설픈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 풍겨 나오는 싱그러운 숲향기를 가슴 깊이 들어마시며 양팔을
흔들며 걷다보면 들길에 핀 앙증맞은 들꽃들이 방글거리고 다람쥐들의 재롱, 갑작스런 사슴 가족들의 출현이
흥미로워 사진기에 담는 손놀림이 엄청 바빠진다. 호숫가를 맴도는 청동오리들의 평화로움이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는 풍경 속의 한시간의 산책은 즐겁다.
점심 메뉴는 햄버거, 아보가도, 로메인, 피클, 당근, 토마도 곁드린 점심은 푸짐하지는 않지만 우리 두 내외의
필요한 끼니 다. 조금 지루하다 싶을땐 그간 배운 하모니카를 꺼내 '아 목동아' '에델바이스'...불면서 언제
동창모임 있을때 선도 보여야지하는 야무진 꿈도 꿔 본다. 가끔씩 키보드에 앉아 '날 구원하신 주 감사' 찬송을
반주에 맞춰 부를때면 늘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삶에 눈물 지울 때도 있다. 하모니카와 키보드는
요즘같이 집콕으로 무려함을 해소하는데 유일한 나의 친구임이 분명하다.
정말 오늘은 저녁 준비가 필요없는 기분 좋은 날이다. 먼 곳도 마다 않고 아빠의 생일날이면
해마다 딸들 가족들과 떠들썩 축하하며 즐겼건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스마트 영상으로 축하 받으며
딸들이 아빠가 좋아하는 레스트랑 음식을 주문 해주어 부부만이 갖는 조촐한 남편 생일날.
앞마당에 곱게 핀 '사랑의 기쁨' 꽃말을 가진 아자리아 꽃을 꺾어다 식탁에 장식하고 적포도주로 건배하며
아내가 불러주는 생일 축하 노래에 미소 짓는 남편의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다.
고국을 떠나온 지도 어언 반세기! 이곳 미국 땅에서 오늘까지 무탈한 삶을 이어가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앞으로 얼마나 이 세상에서 생을 유지 할지는 모르지만 나의 모든 삶을 전적으로 주님께 맡기며
남편과 딸들 뿐만 아니라 사위들과 여덟명의 손자와 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과
감사의 삶으로 이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