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와 미루 나무 매미 (중앙 일보 6월17/2010)
2010.06.29 19:11:29 조회560
세월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60년 전, 온 나라를 인민군에게 빼앗긴, 긴 여름 중복날 이었다. 1950년 6.25 전쟁으로 인해 아군이 남으로 쫓기던 그해 여름, 미쳐 피난을 가지 못한 서울 시민들은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다. 도시에서는 식량을 구할수 없으니 옷가지나 물건을 갖고 시골로 쌀, 보리로 물물 교환이나, 친척 집에 먹고 살기 위해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길에 가득 하였다.
잠실을 지나니 아군의 폭격기 수십대가 까맣게 하늘을 덮는다. “쏴” 하며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검은 폭탄을 쏟아 놓았다. 한강 변, 용산을 불바다를 만들었다. 떨어진폭탄은 폭풍과 함께 검은 연기와 무서운 불길로 도시를 삼켰다. 이런 일들을 며칠에 한번씩 겪는 그런 날들이었다.
어린 소녀는 두 동생의 손을 잡고 어머니와 함께 시골길을 가고 있었다. 우 마차가 다니던 시골길 양 옆에, 하늘을 찌를듯 곧게 뻗어 올라간 미루나무는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어 서 있었고 그 나무에서는 매미들이 “맴,맴, 맴. 매….ㅁ” 쉬지도 않고 울고 있었다.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노래 소리인지 아니면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신 하는 한 맺힌 절규인지 울음 소리는 소녀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 또, 매미 울음 소리와 함께 들려 오는 노래 가 있었다.
”아침은 빛나라 이강산…” 인민 공화국의 노래가 들렸다. 시골 국민학교 운동장, 뜨거운 햇빛 아래서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북의 애국가를 젊은이가 가르쳐 주고 있었다. 늘, 학교 운동장에서 불렀던 “ 동해물 과 백두산이….” 우리의 애국가가 어찌 하여 순식간에 그들의 애국가로 바꾸어 불러야만 되었는지…소녀의 마음은 서글품으로 눈물을 흘렸었다. 해 마다 돌아 오는 6월이면 그때의 매미는 나를 찾아 온다.
지금의 매미는 아파트 주변의 큰 나무 속에서 현란한 형광등 불빛으로 밤, 낮을구별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 대는 울보 매미가 되었지만, 60년전 미루나무속에 울던 그날의 매미는,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소녀의 마음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