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전사 장병들의 어머니) 중앙일보 LA 5월 5일
2010.05.03 16:04:21 조회574
20분 후에 비행기가 착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향땅, 반가움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뭉클 하다. 33년전 떠날때의 초라했던 우리의 고향, 오늘은 하늘을 찌르듯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와 빌딩들로 옛 몸습을 찾아 볼수가 없었다.
비행장 밖으로 나오니 정열된 차도에는 종이 한조각도 보이지 않는 깨끗한 길이었다.바다를 가로 질러
만들어진 멋진 다리와 만개한 하얀 벚 꽃닢은 바람에 날리어 꽃비가 되어 내린다. 아름다운 길이다. 발전된
조국의 모습은 부잣집 친정집에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순간의 마음이었다.
남편의 대학 졸업 50주년 동문회를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방문한 날은 천안함 장병들의 비극으로 모든
국민이 슬픔으로 가득한 날이었다. 모든 국민이 한 마음으로 애도하는 슬픈 기간으로 동문회에서는 여흥의
시간도 갖지 않았다. 국민 모두의 마음은 하나 되어 그런 일을 저질은 자의 분노의 마음으로 가득 했고,
모두가 슬픔을 같이 하고 있었다. 전사한 장병 가족들의 슬픔은 어찌 말로 다 할수 있을랴! 특히 어머니의
마음은 세상 끝나는 날까지 아들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슬픈 삶이 되었다.
자식이라면 모든것 희생으로 길러낸 어미의 마음을 어디에 비교 할수 있을까! 까만 눈동자 반짝이며 젖을
먹이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방그레 웃던 아가, 재롱 떨어가며 엄마와 함께 한 귀엽던 유년시절의 기억,
힘들어 하던 사춘기를 함께 보내야 했던 시절, 대학 수험 공부를 할때는 함께 밤을 새웠고. 다음은 국방
의무를 하라고 저린 가슴 마음속에 숨기며 잘 다녀 오라고 손을 흔들며 군에 보내야 했던 기억이
어제일인데…
그 아들이 차디찬 바닷속에서 주검으로 어머니 곁에 돌아왔다니, 그런 어미의 마음을 어떤 말로 위로를 해
줄수 있을까! 천 마디, 만 마디의 위로의 말을 한들 그 슬픈 마음을 덜어 줄수 있을까! 너무도 슬픈 일이다.
나도 그분들의 마음과 한 마음이 되고 싶었다.
국립 현충원을 찾았다. 그곳은 고등학교 시절, 현충원을 조성 할때, 학교에서 봉사를 했던곳이다. 옛 추억과
함께 또 오늘의 슬픔으로 찾아갔던 그곳은 전사한 장한 아들들이 누워 있는곳, 무덤도 없이 위패만이 걸려
있는 곳에 들려 그들을 기억해 주었다.
아들을 잃은 장한 어머니들이시여 이제 모든 슬픔은 빨리 떠나 보내시고, 국방 의무를 잘 하라고 손을
흔들며 잘 다녀 오라고 했듯이, 이제는 슬픔이여 안녕! 으로 아들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떠나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