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수학 여행 (중앙 일보 LA 6/29/2010)
2010.06.28 05:38:57 조회580
우리는 여고 동창생!
화창한 초 여름의 날씨, 훤히 뚤린 고속 도로를 달린다. 54년전 졸업장 손에 들고 모교 운동장에서 헤어졌던 친구들이 태평양을 건너 수만리 타국에서 다시 만나 긴 세월 모두가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은퇴후, 즐거운 여행을 떠나고 있다.
여고 시절의 수학 여행은 즐거움으로 가득한 추억의 여행이다. 우리들은 6.25 동란으로 얼룩진 세월이었기에 수학 여행 변변하게 가지도 못했으나 그 기분은 옛날의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날의 기분으로 추억을 만드려고 황혼의 여행을 떠나고 있는것이다.
친구가 잡은 핸들은, 젊은이 못지 않은 실력으로 도로를 달린다. 운전석 옆에 앉은 조수 할머니는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뒷 좌석에 나란히 앉은 세 할머니, 그 뒤에 또다른 할머니 하나. 6친구의 여행이다. 달리는 차 안에서는 학창 시절 이야기로 수다와 웃음, 영문과 출신, 국문과 출신, 의상학과 출신, 피아니스트. 우리는 젊음의 여행을 한다.
바빠서 여행을 떠날수 없는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에 간다는 말을 못하고 가만히 떠난 우리들 만의 한반 친구들이 되었다. 전시에는 구제품을 뜯어고쳐서 멋을 부렸고, 용감하게 뛰어든 미국의 이민 생활도 열심히 살아왔다. 자식들의 장한 모습 보면서, 마음의 부자가 된 동창들이다.
친구의 아들이 내어준 별장에 도착하여 즐거웠던 시간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그 집에서의 2박 3일, 밤이 새도록 학창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침에는 아들집 정원을 손질 해 준다고 모두 가위를 들고 나섰다. 낮에는 정원 손질, 마당 청소, 식사때는 돌아가며 당번을 했고, 밤이 되면 또 다시 이야기 꽃으로…”네 아들이 내 아들” 우리는 한마음을 가진 멋진 친구들이다.
즐거운 시간은 왜 그리 빨리도 가는지.. 눈 깜박 할 사이 2박 3일이 지났다. 아쉬움에 돌아오는 길. 이제 또 몇번이나 이런 즐거운 여행을 할수 있을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현실을 느끼니, 인생은 너무도 짧은것,남은 시간은 더 멋지게, 알뜰하게, 즐겁게 살자고 다짐을 한다. 즐거웠던 황혼 수학 여행길, 또 다시 새로운 추억이 되어 가슴속에 간직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