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그림자 (중앙 일보 LA 3/30/2010)
2010.03.30 05:31:43 조회586
공원의 아침 공기는 싱그러웠다. 함께 걷던 남편이 목이 아프다고 하여 환절기 목 감기라고 생각 했다.
다음날, 어제와 같은 장소에서 다시 아프다고 했다. 봄이 되니 알러지로 온것 같다고 생각하며 대 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다음날은 목이 찢어지듯 아프다며 땀을 흘리면서 가슴쪽으로 심한 통증이 온다고
고통스러워 했다. 주치의를 찾아 갔다.
주치의는 협심증 인것 같다고 심장 전문의를 만나 보라고 한다. 심장 전문의를 찾았다. 간호원이 먼저
심전도를 측정하고 나가면서 혼잣 말로 “아주 나쁘네” 한다. 심전도를 보고 들어온 의사는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 심장 앞쪽에 있는 큰 동맥이 막혀 있습니다. 당장 심장 마비가 올수도 있는 상황이니
서둘러서 동맥 촬영을 하고 막힌곳을 뚫어야되는데 만약, 뚫을수가 없을 경우 가슴 절개를 해야 됩니다"
라고 말을 했다.
늘 건강한 남편이었다. 심장이 나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별안간 심장마비가 올수도 있다니..
한번도 그런 증상이 없었기에 믿어지지 않았다. 수술 하는 병원으로 즉시 가야 된다며, 그곳 간호원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작성한 서류를 주며, 응급실로 가면 또 시간이 걸리니 통화한 간호원에게 직접 주라고
했다. 서류를 받은 간호원은 수술 대기실로 데리고 갔다.
동맥 촬영을 하니 99%가 막혀 있었다며 다행이 잘 뚫었고, 그 옆의 혈관도 막혀 있어, 두곳을 뚫었다고
하고 중환자 실로 옮겨 졌다. 심장 마비는 그렇게 오는것을 처음 알았다. 심장 마비는 위급한 병이란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다시 생각해 보아도 미련한 사람이었다. 조금만 더
지체 하였더라면 남편을 잃었을것이다.
사람의 그림자는 자신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함께 따라 다닌다. 그렇게 따라 다니는 그림자는 늘 함께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나 눈으로도 볼수 없고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수도 없도록
자신을 꼭, 꼭 감추고 자기 곁에 붙어 따라 다니는 불청객의 그림자가 있으니,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그림자, 죽음은 황혼을 사는 노인들에게는 언제나 소리 없이 찾아온다.
형태도 없는 죽음의 그림자.. 다른 사람의 죽음 앞에서는 ‘사람은 언제나 죽는것’ 이라고 생각 했을뿐.
죽음의 문턱에 다 달았던 남편을 보너스로 다시 받았으니,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 하며 늘 좋은 얼굴로
마주 하며 살려고 마음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