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나르며
김정순
매일 일곱 송이의 꽃을 나르고 있다. 친구들은 내가 왜 일곱송이를 나르는지 그 이유를 알까?
생각해보면 내 일생에 '7' 은 정말 축복의 숫자 다. 어려서부터 병약하고, 겁많고, 내성적이던 나는 친구를 사귀는게 힘들었다. 아이들이 줄넘기 놀이,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멀끔히 구경하던 외톨이였다.
그런데 용산중에 다니던 오빠를 따라, 입학한 수도여중 1학년( 7학년 )때, 내 번호는 7번이였고, 그때 나는 평생 찐친을 비롯해 다섯명의 떼친을 만났다. 막 영어를 배워서, 영어단어를 으쓱대며 사용하던 그 때에 친구들은 내 이름대신 '쎄븐' 이라고 불러주었고, 초롱꽃이란 예쁜 꽃이름도 안겨주었다.
'친구는 가게에서 돈주고 살 수 없다'고, 쌩텍쥐베르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말했다. 그렇다. 가게에서 살 수 없는 평생 찬구들을 만나서 외로움과 작별했던 나의 7학년은 내겐 정말 축복받은 해였고, 수도여중고는 축복의 장소였다.
풀밭에서 어린왕자를 기다리며 설레이던 여우처럼, 고국의 아침이 밝아오는 오후가 되면 나는 설레인다. 그래서 나는 작은 방을 풀밭이라 부른다.
3년전, 졸업 50주년 재상봉을 기획하며 새 임원단이 구성되었고, 학창시절 인기짱 전교회장이었던 문남숙이 새회장으로 부임되며, 단톡방이 활성화되어 100여명의 동기들이 들어왔고, 그간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이 범람하던 우리의 수다를 아무 제한없이 맘껏 떠들라는 배려로 마련된 곳이 '작은방'이다.
코비드로 인해 재상봉의 꿈은 접혔지만, 당시 천식으로 고생하던 내가, 150: 1의 경쟁을 뚫고, 바닷가 작은 집으로 이사올 수 있었던 그 기적의 중심에는 작은 방 친구들의 합심한 기도가 있었으니, 난 이 친구들에게 기도의 빚을 지고있다.
무엇으로 갚을지 고민하던 내게 찐친인 경희가 이곳 꽃을 찍어 올리라고 권했고, 4계절 꽃피는 이곳에서 꽃사진 올리기는 땅짚고 헤엄치기, 쉬운 일이였다. 그리고, 꽃들과 대화체를 써보라고 청한 영미덕에 나는 꽃을 스승으로 만날 수 있었다. 어느 날, 꽃들에게 물었다. 한자리에 계속 있으니 갑갑하지 않냐고...꽃들은 바람이란 친구가 있어 세상 소식 다 전해주니 갑갑하지 않다고 대답했고, 이 말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내게도 바람같은 친구들이 있으니까...
세월도 비껴간 23기 최강 동안들이 모여 매일함께 걷는 꽃걸음방은 에버그린 랜드다. 우리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있는 이 친구들은 '함께 걸음'이 젊음 유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주며, 바람처럼 대리 행복을 준다.
우리의 자랑, 우리의 큰방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방, wonder land 다. 진선미 백합잎을 가슴에 새기며 각 분야에서 오랜 세월 갈고 닦아 옛교훈대로 태양과 같은 여성이 되어 빛을 발하는 23기 인재들이 재능기부를 하는 방, 깊이가 가늠안되는 높은 수준이어서 늘 감탄을 하게된다. 거저 나누는 이들의 노고에 우리를 대표해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맛깔스런 댓글을 일일이 올려주는 댓글 천사들이 있어서, 우리는 편하게 감상하니 참으로 감사하다. 비록 돌아서면 다 잊어버리지만 장담컨데 이 방에서 수업을 받는 한, 우리에게 치매는 없다.
수도 최고, 23기 최고!!
가을 하늘처럼 티없이 맑던 시절, 코스모스처럼 해맑게 웃으며 만난 옛친구들을 새롭게 다시 만나며, 내가 보내는 일곱송이 꽃들은 친구들 마음 하늘에 걸어주고 싶은 일곱빛깔 행복의 무지개 다.
철없던 7학년에 만나, 이젠 인생 7학년이 된 우리 소중한 친구들아.
수고많았어. 고마워. 사랑해.
남은 여생, 우리 함께 손잡고 가자꾸나. 넘어지면 부축하면서...
그리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