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해바라기 (중앙 일보 LA 10월 6일)
2010.10.06 14:38:14 조회532
세월 따라 모든것은 변해 간다. 지금 젊은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나온 옛 시절을 회상해 본다.
전쟁을 겪고 가난한 생활속에서 부모, 남편, 자식 위해 온갖 희생으로 살아온 세대가 황혼의 아름다운 저녁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간다.
아름다웠던 옛시절, 지나간 시절을 생각해 본다. 남편 의지하며 자식 낳아 기르고 부모님 섬기며 바쁘게
살아왔던 시절은 가난한 시절 이었지만 행복한 시절이었다. 활기 넘쳤던 그 시절은 무엇이던지 자신감
넘치는 세월이었다.
자식을 짝 지워 보내던 시절은 흐믓한 세월이었다. 어린시절 엄마 아빠의 얼굴 바라보면서 해 바라기처럼
따라 다니던 아들, 딸들이 짝을 찾아 한 가정을 이루고 부모 곁을 떠나던 시절은 행복한 세월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실어 보냈었다.
이제, 떠나야 할 황혼의 삶은 모든것이 그리움으로 가슴에 쌓였다. 이름만 부르면 옆에서 나타났던 그들은
각자 자기 가정과 바쁜 생활 살기에 보고싶어도 참아야 하고 만나고 싶어도 참고 살아가는 그리움의 삶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것 같은 검은 구름이 되어 마음속에 담겨지기도 한다.
큰 아들은, 자주 올수가 없으니 전화로 안부를 묻곤 한다. 그의 전화를 받으면 얼마나 좋은지, 기쁜
마음으로 말을 건넨다. 어미가 만들어준 김치를 즐겨 먹기에 “김치는 아직 있느냐” 하고 물어보기도
하면서 행복함에 젖는다. 그런 마음으로 항상 김치를 담가 놓고 아들의 전화를 기다린다.
자식들이 찾아 오겠다면 왜 그리도 반갑고 좋은지…사랑스러운 그들의 얼굴을 한번 더 볼수 있다는 행복
함에, 좋아 하는 음식도 만들어 놓고, 주고 싶은 물건 챙겨 놓고 기다리는 마음을 그들은 알고 있는지.
그들이 어릴때는 나를 따라다니는 해바라기 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그들을 따라다니는 해바라기가
되어 수평선 넘어 지는 해를 아쉬워 하면서 황혼 속에 그들을 그리워 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