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돌아보는 계절의 소리 (중앙 일보 LA 8월24일/2010)
2010.08.25 08:00:53 조회683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막바지, 밖의 온도는 100도를 오르 내린다.
서늘한 가을의 귀뚜라미 소리가 기다려 지는 오늘이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다른 자기의 소리를 갖고 찾아 온다. “뻑꾹, 뻑꾹” 뻐꾸기 울음 소리, “꾀꼴, 꾀꼴” 꾀꼬리 소리, “지지 배배 지지배배” 전깃줄에 모여서 지져귀는 제비소리… 봄철의 새 소리는 한해를 시작하는 희망의 소리다.
장마철에 들려오는 처량한 개구리의 울음 소리는 떠나간 어미의 불효로 가슴 아파 하는 후회의 울음 소리다. “개골 개골” 어미의 말을 어긋장으로 받아 드렸던 불효가, 가슴 아파 물속에 묻은 어미가 떠내려 갈까’ 하는 근심으로 가득한 애절한 울음 소리다.
장마 걷힌 무더운 여름 나무속에 숨어서 시끄럽게 울어 대는 매미 소리는 긴긴 세월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깨어나 밖으로 나와, 한여름 밖에 살수 없는 삶에, 더 살고 싶다고 울부짓는 애통한 절규의 울음소리 일것이다.
더위에 모두 지친, 긴 여름이 끝날 즈음, 시원한 가을 바람 타고 뜰 아래서 들려 오는 애처러운 귀뚜라미 울음 소리는, 앞으로 닥쳐 올, 겨울이 염려스러워 슬피 울어대는 두려움의 소리일 것이다.
한 겨울,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 꽃송이는 슬펐던 마음, 아팠던 마음 모두 감싸 주려고 남몰래 “사르륵, 사르륵” 고요속에 실 같은 소리로 마당에 소복히 쌓여 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가 옷자락을 감싸고 사뿐이 내려 않는 은총과 축복의 소리다.그 소리는 한세상 힘들게 살아온 모든것 깨끗이 정리 하고 때 묻지 않은 고운 영혼으로 가만히 가만히 귀향 하라는 하늘의 멧세지가 아닐런지!
밤새 남몰래 소복 소복 쌓이여지는 그 소리는 깨끗한 영혼을 갖고 사는 사람들만이 들을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 일것이다. 희망, 고통, 기다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은총의 소리를 들으며 우리들은 한세상을 살고 가는것이리라. 자연속의 소리를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야 말로 뒤를 돌아 보는 아름다운 삶이 아닐런지! 지나가 버린 계절의 소리는 또 다른 그리움이 되어 마음에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