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고향 (중앙 일보 LA 9월 11일)
2010.09.09 14:59:46 조회533
“어머니 저 에요. 잘 다녀왔습니다. 옛날 저희가 살던 집도 찾아 보고 왔습니다. 앞집에 살던 할머니,
할아버지, 또 그때 살던 분들을 찾아 보았지만 다 떠나고 그곳 사람들은 모두 젊은이들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동네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우리가 살던 옛집은 앞 마당의 큰 나무는 베어져 없어졌고
형제들이 모여 앉아 키타를 치며 즐기던 뒷 마당은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미국에서 뿌리를 내린 그 집 앞에서 부모님과 함께 이민 생활로 어려웠던 시절 생각으로 가슴이 뭉클하여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 했어요. 어머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막내 아우와 함께 시간을 내어 옛 고향이 된 그곳을 30년만에, 10대, 20대의 추억이 담긴 옛집을 다녀
왔다는 큰 아들의 전화였다. “그래 좋았구나, 바로 그 마음, 그리움과 추억으로 가득한 곳, 그런곳이
고향 이지”
고향이란 자기가 태어나 자란곳, 추억을 만들며 살았던곳, 아름다운 추억이 쌓여진,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마음이 담겨 있는곳이다. 두 형제는 오랜만에 시간을 만들어 이제는 10대, 20대의 자녀를 둔 어른이 되어 그
시절, 부모님과 형제들이 이민 생활 속에서도 즐거움이 늘 있었던 그곳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찾아 갔을까!
태어나기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어린 소년시절 청춘시절을 보냈기에 그들은 많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미국이 고향이 되어 마음에 자리를 잡았으리라.
순간, 그집이 눈앞에 스친다. 나에게도 또 다른 고향이 마음에 담겨져 있었다. 옛날, 힘겨웠던 이민 시절을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하던 그 집은 미국의 고향집이다. 문득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고향이 따로 있나
정들면 고향이지….”
아들의 고향은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피는 내 고향이 아닌, 미국의 작은 마을, 작은집, 뒷
마당이 있고 앞에는 큰 나무가 있던 그 집이 고향 집이 된 것이리라. 아들의 고향과 내 고향은 각각 다른
고향을 마음에 담고 살아가고 있다는것을 새삼 느끼며 ‘세월은 이렇게 변해 가는것이구나 ‘ 내 고향은 실
개천 흐르고 개나리. 진달래 피는 그곳, 아들의 고향과 내 고향은 모두가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