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비운 고층빌딩 새벽
점 하나 찍지 못한 캔버스는 희붐한 푸른빛이네
갈수록 붓끝이 무디어지는 화가는
소름 돋는 어깨를 누군가에게 맡기기로 하네
드넓은 하늘을 향해 절실한 창문을 여네
언제부터였을까
저만치 찬란한 별들 옆에
웃음 가득한 그가 서있음을 몰랐네
반가워 선뜻 그의 손을 붙잡고
숨차게 춤을 추네
그곳에선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찾을수가 있네
둥글게 모나게
날선 발끝이 움직이는 대로
꽃이 피고 파도가 뜨겁게 출렁여
오랫만에 가느다란 붓끝을 적실 수가 있네
안도의 캔버스는 빛이 부시고
현란한 동작의그림자는 선명하네
구원救援이었어
달의 끝점을 조금씩 도려내어
따뜻한 조각들을 불면의 땅으로 내려보내네
멀리 새벽 밥 짓는 창문은 늘 정해져있지만
밤을 빠져나와 달을 살라먹음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네
시집 1 - 한 고심도치의 사랑-
시집 2 - 비단 슬리퍼-
시집 3 - 달에서 춤을- 外 다수
-달에서 춤을-이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
그림을 못 그려서 번민하는 어느 화가의 이야기가 서두에 비치는 이 시의 춤은
"별들 옆에" 서 있는 달을 붙잡고 추는 춤이다.
이 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흥겨움이나 슬픔의 몸짓이 아니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는 매우 신통력 있는 춤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꽃이 피고 파도가 뜨겁게 출렁이"게 하는 춤이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꽃과 파도가 화가의 붓 끝에 적셔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구원"인 것이다.
그리고 "달의 끝점을 조금씩 도려내어" 그것을 "불면의 땅으로 내려 보내"
는 춤인 것이다.
방지원이 만나 보는 달이나 춤은 이렇게 신비화 되어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된다.
*문효치(시인.국제펜클럽한국본부 명예이사장)의 "해설" 중에서
방지원 제3시집을 축하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