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기억 속의 어머니 (중앙일보 LA 12월 27일 2010)
2010.12.28 02:48:57 조회558
12월이 되면 아름다운 장식과 캐롤송이 울려 퍼진다. 지나간 옛날의 일, 어머니를 산에 묻고 돌아온 후 첫눈이 내리던날, 집에서 건너다 보이는 야산에 이름 모를 산소가 있었다. 함박눈은 펄펄 내려와 그곳에 쌓이고 있었다. 쌀쌀한 겨울 날씨, 재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흰 눈은 온 세상을 덮고 있었다. ‘내 어머니 산소에도 저렇게 흰 눈이 쌓이고 있겠지!’ 가슴속에 스며드는 서러움으로 눈물을 흘렸었다.
오늘도 밖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들려온다. 모두가 기쁜 성탄과 희망의 새해를 맞는 즐거운 날로 좋아 하는 계절이지만, 그날의 사무쳤던 서러움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어머니의 그리움은 그날의 슬픔으로 돌아가 항상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운 어머니를 마음속으로 불러 본다.
나는 어려서, 어머니를 엄마라고 불러 본적이 없다. 엄마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엄마” 하고 부르는말을 들으면 먼 나라 사람들 말인양 생각 했었다. 평생 “엄마”라고 불러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평안도가 고향이었으니 “오마니”라고 불렀고 철이 들면서는 늘, “어머니” 라고 불렀었다. 그런데, 딸들이 “엄마” 하고 불러 준다. 새삼 엄마란 말이 이렇게 정겹고 행복 할수가 없다. 왜 나는 한번도 어머니를 엄마 라고 불러 보지 못했을까!
엄마란 말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고 정이 듬뿍 담긴 말인가! 긴 세월 흘러 이제는 잊혀지는 어머니가 되어 가지만 곁에 계시다면 달려가서 “엄마!” 하고 와락 껴 안고 가슴 속에 얼굴을 묻으리라. 정말, 불러 보고싶은 엄마!란 말, 아주 잠깐, 옆에 와 주신다면 엄마, 엄마! 하고 큰 소리쳐 부를것이다.
비가 내리고 있다. 추운 날씨였다면 함박눈이 되어서 내리고 있으리라. 겨울이 없는 이곳, 수십년 전의 그날, 이름 모르는 산소에 소복, 소복히 내리던 흰 눈송이는 오늘도 내 마음 속으로 날아와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이 되어 가슴속에 가득히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