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 (枯葉) 의 계절
2010.12.05 12:45:11 조회665
찬 바람이 스치는 저녁 공원, 단풍잎은 낙엽 되어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위에 매달린 고엽!
세월속에 묻혀져 있던 1957년의 일, 옛날 이야기다.고엽 (枯葉) 이란 영화가 있었다. 주연은 마리아 쉘, 내용은 오래 되어 기억이 희미하나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주인공 마리아 쉘이 미혼모가 된 이야기 였던것으로 기억한다. 남편이 남자 친구였을때, 자주 만나던 시절, 계절은 단풍잎, 고엽이 되어 떨어져 어딘가로 떠나는 초 겨울, 모든 사람들이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절이 시작된 때로 기억한다. 둘은 영화 “枯葉”을 보았다. 흑석동 에서 살던 시절, 그때의 흑석동은 개발 되지 않아, 작은 야산으로 둘러져 있었다.
영화를 보고난 다음날, 그는 “성당 산 아래에 젊은 두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곳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했다. 남자는 착하고 진실하고 어질어 보이는 두 눈을 가졌고 여자는 만삭의 몸이라고 했다. 집도 없고 돈도 없어 나무를 얼기 설기 엮어 움막을 지어 살고 있었고 돈이 없어 병원도가지도 못하고 추운 겨울, 그곳에서 아기를 낳아야 된다며, 눈물을 닦으며 그의 형편을 다 털어 놓았다고 했다. 물론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미혼 부부였던것이다.
바로 어제 "고엽이란 영화를 본 느낌이 가슴속에 아리게 남아 있는데, 그와 똑간은 현실을 보게 되었다. 마음이 아팠다. 어떻게든 도와 주고 싶었다. 언니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언니는 기꺼이 말을 들어 주며, “마치 고엽의 주인공이 그곳에도 있었구나” 하시며 당장 데려 오라 했다. 다음날 부부를 병원에 데려 와, 진찰을 해 보니 몇시간 안에 해산을 할것 같다고 했다. 하늘이 도왔는지, 병원에 와서 몇시간 되지 않아 사내 아기를 낳았다.
두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 껴 안고 울고 있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 어떻게 갚을수 있을까 하며 울고 울고 또 울었었다. 미역국을 뜨끈하게 끓이고 밥을 먹였다. 사흘뒤, 언니는 아기옷과 포대기,기저귀, 산모가 입을 두터운 옷, 그리고 산모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이라고 돈도 쥐어 주었다. 부부는 새 아기를 포대기에 싸 안고 퇴원을 했다. 몇일후 그들이 살고 있던곳을 찾아가 보니 움막만이 남아 있고 그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행방은 알수가 없었다. 퇴원 하던 그날, 어디로 갔는지가 지금까지 궁금하다.
해마다 돌아온는 늦가을, 단풍이 고엽이 되어 떠나는 계절이 돌아 오면 늘 생각나는 그 사람들. 그때 그 아가는 이제 50이 넘은 중년이 되어 있을터인데, 그 부모 밑에서 잘 자라 주었는지, 아니면 너무 가난하여 어느 입양 기관에 입양이 되었는지, 해마다 고엽의 계절이 오면 그 아가가 생각 난다. 산모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그때 그 사내 아기가 어디로 갔는지, 아련한 옛날의 그때 그 사람들…
예쁜 단풍잎 사그러져 고엽 되어 떠나는 계절이 오면 어딘가에 살고 있을 그 아기가 생각이 난다. 세상 어느곳에 살던지 잘 살고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녁 해지는 공원에서 앙상한 가지의 고엽을 보며 어딘가에 살고 있을 내 마음의 아가를 그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