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들이 그리는 아름다운 황혼 (중앙일보 LA 11월 10일 2010)
2010.11.11 03:47:50 조회620
요즘 힘이 없어진 남편들을 빗댄 우스개 소리가 있다 40-70대 남편들이 서로 만났는데 모두 얼굴에
멍이 들어 있었다. 각자 이유를 털어 놓았다.
40대는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 달라고 했다가, 50대는 외출한 아내에게 어디냐고, 언제 오느냐고 물어
보았다가, 60대는 부인이 외출을 준비 하기에 ‘저녁에 어디를 갈려고?’ 물었다가 그리 됐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70대가 빙그레 웃으며 하는말 “나는 앞에서 얼쩡거린다고 이리 되었다오”
세상이 이렇게 변했다. 나이를 먹으면 귀가 잘 안들리니 TV소리는 있는대로 높아지고, 서로 부를때도
꼭 화가 난 사람처럼 큰 소리로 부른다. 대답은 한번에 나오는 경우가 절대 없다. 두번, 세번 부르면
대답은 언제나 똑 같다 “뭐라고 했어?” 하면서 다시 묻는다. 우습지만, 참으로 슬픈이야기다.
요즘 우스개 소리로 아내에게 큰 소리를 치는 남편을 보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자’라고 한단다.
우리 세대는 그런걸 생각 조차 못하던 세대였다. 대부분은 지금도 남편이 왕노릇을 하며 사는 세대
들이다. 평생을 남편의 그늘 밑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함께 살아갈수 있는것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해가 바뀔때 마다 한짝씩 사라져 가는 황혼의 나이, 언제 혼자 남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살면서 부부의
중요함을 더욱 실감 하고 있다. 부부란 허물없이 영원한 동무 같은 존재다. 말다툼을 했어도 돌아서면
금방 잊어 버리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 다시 동무가 된다. 이렇게 사는 부부는 은총과 축복을 보너스로
받은 부부이다.
자녀들 모두 떠난 뒤, 둘만이 남겨진 세상에서 서로 기대고 진정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황혼이야 말로 모든 노 부부들이 희망 하는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