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도회가 끝나고
밤 열 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누가 팔을 잡아 끌어 따라가보니
웬 코스모스 같은 중년여인을 소개시켜준다.
'내 동생이에요'
내 팔을 잡아 끈 그분은
내가 수도여고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
내 동생도 거기 나왔는데 하며 반기던 분이었다.
일본에 사는 동생에 대해 그분은 가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현직 의원인 박영선씨와 친구라는 얘기며
일본에서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많이 반가웠다.
일본에서 13기 탁명숙 선배님과도 연락하며 지낸다고 했다.
몇 기인지는 몰랐지만 박영실이라는 동문도 일본에 산다는 소식도 들려주었다.
오래 전에도
우리 교회 목사님 한 분이 내게 교인 중 어느 분이 아마 내 후배일 것이라고 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
참말로 후배였기에 반갑게 만났는데 얼마 있다가 일본으로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서운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가 하면 연전에 계시던 어느 목사님의 부인도 43기인가 아무튼 까마득한 후배였다.
그렇게 우연찮게 더러 동문들을 만날 때 마다 반가움에 뒤이어
내놓을 것 없는 시원찮은 선배인데 싶어 마음 한 쪽이 무겁곤 했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음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뿐인가, '역시 명문 출신다워...'
그런 말도 더러 듣고 살았다.
재학시절에 범생이도 아니었고 눈에 띄는 유명한 존재도 아니었지만
아니,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인 지위나 명예와는 거리가 멀게 살고 있지만
수도여고 출신이라는 자부심 하나가 언제나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며칠 전에 중1때 담임이셨던 김희경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이시며 은사이신 그분은 건강하고 반듯한 모습 하나만으로도
내겐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이다.
수도여고 출신이라는 사실, 그리고 소리없이 말썽을 부리던 천방지축
어린 소녀의 마음에 새겨진 은사님의 모습은
일생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나를 이끌어주던 나침반과 같다.
이제
홈피에서 인연을 맺은 좋은 선후배님들과의 교분이 또한 삶의 즐거움을 준다.
늦게 그런 복이 주어지니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