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금혼 선물 (중앙 일보 LA 11월 19일//2009)
2009.11.19 23:26:03 조회808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봄날 같은 겨울 날씨 축복 받은 곳이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들어온 남편이 외출을 하자고 한다. 하루 쉬고 하루 놀기를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이 되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기에 따라 나섰다. "어디를 가려고요?" "갈 데가 있으니 함께 가면 된다." 따라간 곳은 보석 액세사리 코너였다.
얼마전 무심히 그 상점에 들려 구경을 한 적이 있었다. 바로 그 곳이었다. 가자 마자 "이것 주세요" 한다. 깜짝 놀랐다. 물어 보지도 않고 한마디 불쑥 한다. '그래서 몇 일 전 어떤 것이 예쁘냐고 물어 보았구나.'
"별안간 왜 그래요?" 말도 없이… 웃고만 한다.
남편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다. 은퇴하면서 모든 금전 관리는 나에게 맡겼다. 그 동안 모든 것을 자기가 했으니 이 곳 미국에서는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길 터이니 용돈만 달라고 하였다. 각종 페이멘트와 금전 지출을 골치 아프다고 맡겨 버린 남편이었다. "용돈 타서 쓰는 사람이 이런 것을 어떻게?" 의아해서 물었다.
"당신이 준 용돈을 아껴서 오랜동안 모았어. 좀 더 큰 선물을 해주려 했는데 생각은 이 것의 몇 십배 되는 큰 것을 해주려 했는데 작지만 내 마음으로 생각해 주구려." 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마운 사람 아직도 나를 그 때와 같이 사랑하고 있구나. 어찌 이런 큰 마음의 선물을 금전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금년이 금혼이다. 1959년 우리는 4년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다음 해부터 남편은 기념일이면 잊지 않고 선물을 주었다. 은퇴하기 전까지 그렇게 해왔다. 은퇴 후는 용돈 외에 다른 곳에 쓴다고 특별히 돈을 더 가져간 적도 없다. 미국에 온 후로 남편의 선물은 작은 꽃바구니로 바뀌었다.
오늘 깜짝스럽게 받은 금혼의 선물!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격의 선물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것도 축복인데. 건강하게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주는 사람 때로는 미워했던 일도 모두 녹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