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을 함께 했던 \'나의 사람\' (중앙 일보 LA 5월 7일/ 2011)
2011.05.08 03:46:27 조회514
9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뒷 마당에서 나무 판대기를 자르고, 칠하고 실을 엮고 있다. 불러도 대답도 없다. 더워서 대답 하기 싫었는지? 못 들었는지? 할아버지의 생각을 알수가 없다. 정원 한편에 도마도, 오이 호박등을 심고 넝쿨을 올리려고 만드는것 같다.
마켓에서 오이는 3파운드에 99전, 호박은 한개에 80전, 고추는 한봉지에 1불도 않되는 싼 채소를 자재비를 100불을 넘게 들이면서 작업 삼매경이다. 제작비로 일년을 사 먹을수 있다. 무더운 날, 고생을 사서 한다. ‘다른 사람이 부탁을 했다면 저렇게 열심히 할까?’ 혼자 말을 마음속에 담으며 세월을 되돌려 옛날로 돌아가 본다.
남편은 대학 1학년때 만났다. 그로부터 5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 긴세월은 추억으로 가슴에 쌓였다. 학창시절, 연애 시절, 신혼시절, 이민으로 힘들었던 시절,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후회는 없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을것이다. 두손 마주 잡고 살아온 세월은 모두가 아름답다. 젊었기에 잘 살아보자고 다툼도 있었고 서로 배려 하지 않는다고 투덜 거리던 세월도, 보기 싫어서 눈을 흘기던 때도, 미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시절 까지도 그리움으로 가슴에 쌓였다.
이제는 싸움을 할 이유도 없다. 말을 하다가도 잊어 버리고 다시 제 자리에 돌아 온다. 노년을 함께 할수 있다는것은 감사하는 삶이다. 다툴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것도 축복이다. 남은 세월은 보너스로 받은 삶이다. 밖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저 할아버지는 옛 시절 흘러간 소년의 공작 시간을 즐기고 있는것은 아닌지!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소년 시절, 공작 시간을 마음으로 그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