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떠나가던 날 (중앙일보 LA 4월25일 2011)
2011.04.25 21:45:13 조회513
코발트색의 청명했던 하늘은 비가 내릴듯 슬픈 구름으로 바뀌고 성당의 종소리가 미사의 시작을 알린다. 황혼의 삶을 늘 함께 하였던 친구가 이세상 소풍을 끝내고 사순절 막바지에 하느님 곁으로 갔다. 남보다 더 특별한 삶을 살고 간 친구다.
18살의 어린 나이로 한국전에 참전하여 두번씩이나 인민군의 포로가 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탈출하여 다시 전쟁터로, 밀고 밀리는 격전지에서 포격을 맞고 온 몸에 파편이 박힌 채로 50여년을 병고에 시달리면서 열심히 살고간 친구가 로즈힐 묘지 흙속에 묻혔다. 우리는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세상을 살고 있는 기독교인은 사후에 있는 세상을 천국이라 하며 평화로운 곳에서 영원한 삶을 산다고 믿는다. 죽음은 이세상에서의 짧은 이별, 천당에서 영원한 삶을 살다가 세상이 끝나는날 죽은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부활한다는 희망의 마음으로 슬픈 이별을 받아 드린다. 불교 신앙은 윤회설로 사후, 사람의 영혼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로 형체만 바뀌어 다시 세상에 태어나 또 다른 삶을 시작한다고 한다.
사후의 세계는 또 다른 삶의 시작이 된다는것은 기독교 신자나 불교 신자들이 그렇게 믿고 살아가는곳이 세상일것이다. 세상을 떠나면 또 다른 희망의 세계가 있다는 삶에 대한 믿음이 있어 위로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다.
아침이면 세상 사는이야기, 이민시절 이야기 한국 전쟁 격전지의 생생한 기억을 남겨 주고간 그 사람, 그 분이 또 다른 세계에서의 새 삶을 멋지게 시작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곳에 남기고 왔다. 이제 다시 만나는 날, 반가운 마음으로 이곳에 남겨진 친구들은 그의 손을 잡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