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도 가족인가요? (중앙일보 3월13일/2011)
2011.05.03 14:04:24 조회605
인생 유수(人生流水)라 했던가!
삶은 흐르는 물과 같다고, 엊그제 같은 옛날이 세월 따라 흘렀다. 젊었을때는 세월을 잊고 살았다. 한숨 쉬고 돌아 보니 어느듯 저녁 노을 황혼 속에 서 있다. 젊은 시절, 황혼을 생각해 보았던가? 마음은 아직도 젊음 그대로 인데 자녀들은 모두 제 짝, 찾아 떠나, 각기 핵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저녁 뉴스에, 요즘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에게 식구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설문 조사에 어린이들의 대답은 아빠, 엄마, 그리고 자기들, 그리고 젊은이들의 생각을 물었더니, 부부, 그리고 아이들 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사위들은 장인, 장모는 식구에, 포함 하지 않고, 며느리는 친가의 부모도 식구라고 하지 않았단다.
정확히 짚고 나간다면, 가족과 식구는 다르다고 생각 할수도 있다. 가족은 자기를 중심으로 일촌 이촌 삼촌…그러나 식구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 한다면 그럴수도 있다고 애써 그리 생각을 해 보았다. 손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식구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왜 그리 서글프게 들리는지.. 울컥 솟구치는 설음에 지난 세월이 그리워 지는것은 세월의 탓일까! 노인의 마음일까?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은 무한하다. 자식보다 더한 사랑으로 예뻐하고 손주 자랑으로 사는 그들인데 그,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할머니를 식구로 생각 하지 않는다니! 물론 그렇지 않은 손자, 손녀들이 더 많겠지만 그런 답이 많았다니 옛 시절이 그리워 진다. 옛날, 둥그러운 밥상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 손자 까지 정겹게 들러 앉아 오손 도손 함께 했던 정겨운 밥상의 추억, 가난한 세월이었지만 어른 존경하며 가계의 전통을 이어온 민족인데 세월의 탓인가? 아니면 사람들의 잘못인가?
그래도 아직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식구 라 생각하는 손주들이 많을것이다. 적어도 우리 손주는 그렇지 않을꺼야 하며 위안을 가져 본다. 타주에 살고 있어도 늘, 안부 전화를 걸어오는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도 식구로 생각해 준다고 생각하니, 위로를 받게 되었다.
한국 말을 잘 하지도 못하는 손자가 할머니에게 허그 하며 정겹게 대해 주는 손주들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런 손자가 한 없이 대견하고 고맙다고 느껴지는 오늘 이다. 어른섬기는 아름다운 미덕을 가진 우리 민족,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할지라도 오천년 역사로 이어온, 어른 존경 사상은 잊지 말것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만은 절대로 변할수 없는 우리 민족의 얼 이라고…. 살아온 세월을 돌아 보며 서글퍼 지는것은 세월이 속 좁은 노인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