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9시부터 종일 비가 내린다 였다.
오늘은 올림픽 공원에서 만개한 꽃 양귀비를 구경하고 사진도 찍으려 했는데
비 라니... 그런데 비가 온다니 꽃구경 꽃사진은 망친게 아닐까?
어쨌든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하니 한둘씩 친구들이 모여드는데,
선 과 영자 그리고 행숙, 세친구는 뭔가 묵직한 짐보따리들을 들고 나타났다.
뭐지?급 궁금...
사연은 행숙의 잘 익은 새우젓이 모티브가 되어 세사람이 토레의 점심을
준비해온 거였다. 대박 ㅎㅎㅎ
그런데 문제는 이 비오는날 그 점심을 어디 가서 먹느냐 였다.
그렇지.생각나는 한군데가 있긴했다.
우리가 오늘 가고자 하는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양귀비와 장미정원이 오늘의 행선지 였는데
그 들꽃마루 언덕에 작은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곳이 적당한 장소 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그곳을 차지하지 못하면 오늘의 점심 써프라이즈 는 모두가 꽝 이 될 판이었다.
왜냐하면 올림픽공원에 비를 피할만한 정자는 그곳밖에 없기 때문 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우리는 바쁜 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갔다.
드디어 도착하여 들꽃마루 언덕 정자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앉아 있는게 보인다.
꽃구경은 식후에... 지금 꽃구경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비오는날 준비해온 밥을 먹는 과제를 완수 하는게 제일 급선무였다.
아무리 빨리 뛰려 해도 안떨어지는 발걸음으로 아장아장(?) 달려가 보니
정자의 가장 자리에 웬만큼 되는 인원들이 앉아서 한가한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우리는 엉큼한 뻐꾸기 어미처럼 정자 한가운데로 들어가 우선 빙둘러 다른 사람들이
침범을 못하게 배낭이나 양산들을 늘어놓고 또 다른 사람들이 앉을수도 있는 공간을
차단하기 위해 시치미를 뚝 떼고 발을 쭈욱 뻗어 그 공간을 차지한 다음 우리일행이
도착하는대로 정자 가운데로 들어오게 한다음 보자기를 깔고 영자는 그위에
깨끗하고 흰 커다란 종이를 깔아놓으니 근사한 야외밥상이 완성되었다.
비는 점점 더욱 세차게 쏟아져 꽃구경을 온 많은 사람들이 비를 피할까 정자를 기웃 거렸지만
우리의 근사한 식당은 견고해서 그들의 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오는날 왜 이리 꽃구경 오는 사람들은 많은지...!
속으론 미안 하고 염치가 좀 없었지만 요몇시간 만은 눈치없는 80세 할머니가 되기로
눈을 딱 감았다.
이렇게하여 12시 근처가 되자 밥과 반찬들을 꺼내 놓는데,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빈틈없이 준비들을 해 오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처음엔 황당할수도 있는 새우젓과 김 으로 점심을 먹겠다는 생각이 좀 웃겼지만
김행숙표 팥밥 과 신선표 오곡밥 김영자표 반찬으로 새우동그랑땡 소고기전 북어찜
더덕무침 명란젓무침 다시마튀각 아삭한 오이지무침 등,
그외 전라도 김치 새우젓무침 계란찜 오이 김무침 등등 야외에서 먹는 뷔페 중에도
이렇게 푸짐하고 좋을수가 없다.
밥도 충분하고 반찬들도 너무 맛있어 이상하게 먹고 또 먹고 진짜 배부르게 먹은후
영자는 후식으로 수박까지 내놓으니,
오늘같이 비 오는날 꽃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식당에서 점심이나 먹었을 이런날에
세친구들의 써푸라이즈 점심 이벤트로 행복한 토레가 되었음에 우리는 모두 감사하고
박수를 보냈다.행숙 선 영자 세친구 고마워요. 박수 짝짝짝 헤헤헤.
단순히 새우젓 이라는 모멘트가 이렇게 뜻하지 않은 행복한 토레의 추억을 남겼으니
발상의 전환 이란 참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점심후에는 우리외에는 손님이 한사람도 없는 휑한 커다란카페에 들어 갔는데,
손님은 없어도 꽤 무드가 있는 5060 7080 추억의 올드팝송이 우리의 젊을적 정서를 자극하고
비오는 정서에 충분히 젖어 볼수있는 그 카페에서 직접 개발했다는 진한 대추차를
마시며 비오는날의 오후를 즐긴다음 올림픽공원역에서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김경희 김영자 김순자 김정연 김행숙 박찬자 신 선 임중자
언제나 그러하듯이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맘에 드는 꽃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우리모두 오늘 하루 행복한 추억의 한페이지로 남게 되었네요.
친구들 한주일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고
다음토요일에 다시 만나요.
다음모임 공지 :
- 가는 곳 : 서울 대공원
- 만나는 시간 : 2023년 6월 3일(토) 오전 10시 30분
- 만나는 장소 : 대공원역(4호선) 2번 출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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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기전 양귀비 밭을 지나 들꽃마루 정자로 오르며 바쁘게 몇컷
비맞은 양귀비
비를 맞아도 장미는 꽃중의 여왕처럼 여전히 아름답네요.
글 사진/임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