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단발머리로 돌아가는 시간
2015.09.10 14:39:22 조회1603
아주 햇볕이 따갑습니다.
9월초
다시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달을 쉰다니 아쉬운 마음에 기다려지던 시간이지요.
신대방역에서 내려 보라매공원으로 접어듭니다.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지만
수목이 우거진 공원이라 나쁘지 않습니다.
그늘마다 모여 앉아 무료를 달래는 노인들을 보는 일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습니다만...
'난 합창연습하러 가요, 여기 시간 보내려 오는 당신들과는 달라요'
공연히 마음 속으로 잘난 체를 해봅니다.
솔직히 내가 공부하던 校舍가 아니어서 가슴이 뛰지는 않습니다만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싱그러운 후배들을 보는 일이 즐겁습니다.
두 시,
연습이 시작되기 전, 벌써 분위기는 단번에 시계바늘을 몇 십 년 전으로 돌려놓습니다.
교실입니다. 떠들썩 하고, 시끌벅적하고 말도 잘 안 듣던 그 오래 전 교실과 다름 없지요.
젊고 예쁜 우리의 지휘자 선생님이 손뼉을 탁 치며
"자, 시작하겠어요"
하는데도 소요는 쉽게 갈아앉지 않습니다. ㅎㅎㅎ
스트레칭과 발성연습, 그리고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되는데
숨도 짧지요, 소리도 예전처럼 나오지 않지요.
가끔 음이탈 하기 일쑤인 우리의 목청을 흉내내는 지휘선생님 때문에 웃음보도 심심찮게 터집니다.
그래도 점차 소리가 하나될 때는 제법 뿌듯해집니다.
선배님들 중 간식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
10분간의 휴식 시간은 먹고 떠들고, 영락없는 단발머리 소녀들이라니까요.
우리가 다시 단발머리로 돌아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시간 중 하나.
동문회합창단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합창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짐작하실 수 있을까요?
소리가 좀 안 좋으면 어떻습니까.
우리 백합동문합창단은 그렇게 행복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