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의 첫째 날
온난화 덕분에 봄날씨처럼 포근한 가을날의 교정엔 보랏빛 국화도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도 아름다웠습니다.
날씨가 추울까봐 겉옷을 꼭 걸치고 상아당으로 두 시까지 오라는 음악선생님의 메모가 연습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감동을 받았어요.
우리는 다섯 번째 순서이니 강당에 입장해서 선배들을 위해 마련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친절한 안내,
강당에 들어갈 때도, 순서를 따라 무대에 오를 때도 선생님들과 어린 후배들은 얼마나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지요.
그러니 더 잘 해야겠다 했지만.... ㅋㅋㅋ
일단 합창단이 무대에 서기 위해 준비를 할 때부터 후배들의 함성은 시작됩니다. 부끄 부끄...
아마 우아한 드레스 때문일까요?
'얘들아, 드레스만 예쁘단다'
속으로만 변명 좀 해봅니다.
우리는 앵콜을 받을 줄 미리 알고(?) 세 곡을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에델바이스'
그런데 끝나자마자 우리 어여쁜 후배들, 우레와 같은 박수와 더불어 앵콜을 연발하는 게 아닙니까.
아니, 대선배들이 그래 한 곡만 부르고 내려갈 줄 알았을까요?
그건 아니겠지요? 첫 곡에 그만 감동을 찐하게 받은 탓이겠지요?
이어지는 두 번째 곡은 '오, 나의 친구'
아주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 고개까지 까딱거리며 불렀습니다.
물론 앵콜~~~ 을 연호하는 후배들, 우리가 잘 해서라기보다 동문합창단의 존재는 오랜 세월 명맥을 이어온
모교 합창제에 어떤 소중한 의미를 갖게 하는 것 같아 깊은 연대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연습하고 참여한 단원들과 늘 뒷바라지하느라 애쓰는 이종례단장님, 정혜숙 총무님, 그리고 회계 이승희 후배
자주 틀리고 소리도 곱지 않을텐데 언제나 웃음으로 격려하며 지도해주신 지휘자 선생님께 치하를 드립니다.
모교의 선생님들과 귀엽고 발랄한 후배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