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류장
소스텔라수녀
살다보면 딱히 계획하지도 않았는데 만나게 되는
특별한 친구들이있다
그중에서도 여고 동창생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동반자들이다.
예순이 흘쩍 넘은 지금도 만나자마자 여고생으로 돌아간다.
얼굴엔 인생계급장을 여럿 달고 돋보기도 쓰고
벳살도 장난이 아니지만, 전혀 개의치않는다.
만나면 무조건 좋다.
개똥이 굴러가야만 웃는가? 낙엽이 굴러도 하하 호호,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기쁜 일과 슬픈 일을 서로 나누고
문제가 있으면 함께풀며 지혜를 모은다.
가끔은 기도도, 식사도, 여행도 함께한다.
이왕에 오는 황혼, 다 같이 아름다운 황혼을 만들면서
살아가자고 손을 맞잡는다.
특히 같은 신앙을 갖고 같은 곳을 향해 걸어가는
동창생들은 나의 스승이며 보호자가 된다.
가정생활의 깊은 면면을 모르는 나에게, 그들은
인생의 다른 것들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인도와 우간다로 선교를 나갈 땐 마치 자기들이 가는 듯
걱정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기도로 성원함은 물론 고국의 소식, 친구들의 소식을
쉼없이 보내주고, 선교지에서 필요한 책과 옷들,
과자와 사탕, 라면, 심지어 밑반찬까지 만들어 보내는 친구들!
이쯤 되면 든든한 보호자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요즈음 우리나라의 평화 통일을 위하여,
그리고 탈북 주민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도우미 역활까지 하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이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무얼가?
나는 정류장이다.
사람들이 자기 갈 길을 가기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정류장!
친구들이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베풀면, 나는 그것들을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그 사랑과 배려를 필료로 하는
사람들에게 떠나보낸다. 누군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나를 통해 흘러갈 수 있도록 나는 손을 내밀고 또 손을 건낸다.
내가 정류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그리고 보면 친구들은 나의 생명을 나누고,
나의 일을 나누는 나의 한 부분이다.
친구들아! 너는 나고, 나는 너다.
우리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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