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정에 앉아
박현숙
한양도성 자하문 밖
주변이 온통 바위산이라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호를 본떠
석파정(石坡亭)이라 이름을 붙인 왕의 정원에 오니
조선시대가 내 눈앞에 성큼 다가온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는
안동김씨의 막강한 권력 제압하고
고종황제를 등에 업고 나타난 이하응이
너무나 사랑한 별장
주인 마음 되어 앉아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전망에, 정자, 계곡 구름길 등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비경 속 신선이 된 듯하다
근심 풀고 생기 찾는 그 마음 지키리
가장 구석진 곳 코끼리 형상의 육중한 인왕산 너럭바위처럼
소원 영원하길 바랐지만
욕망에 흔들리는 영혼으로
불행으로 치닫고 만 주인 떠난 자리에
'천세송'이란 노송이 굴곡진 역사의 흐름 짊어지고
푸르게 빛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십일을 못 가듯
권력, 재물, 아름다움.....
평생 나처럼 꿈꾸고 잡으려 했던 모든 것
헛되었다고 해도
석파정의 내력 유물처럼 남아
문득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사랑했던 지난 날의 풋풋한 기억을 꺼내게 한다
삶은 계속 흘러가도 내 역사는 내가 쓴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