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저물면 석양을 맞이하게 된다.
인생의 석양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 오늘은 가장 젊은 날이라고한다.
가장 젊은 오늘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 깊은 밤이건만 정신이 맑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기 보다는 기분 좋게 침대에서 떨쳐 일어났다.
냉동고를 열어보니 음식 재료들이 많이 들어있다 . 그러나 다시 닫고
컴퓨터를 켜고 사랑방으로 들어왔다 . 요즈음은 새글도 별로 보기 힘들다.
친구들도 열정이 시들해 가는것 같이 보여서 오늘 나는 나의 일상을
나열해 볼까 생각중이다. 80년을 되돌아 보면 많은 세월이 갔고 육신도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것 같다 . 그러나 어쩐일인지 마음만은 소녀이고싶고
청춘 같은 착각 속에 빠지곤 한다. 치매 증세라도 발동하는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내 일평생을 되돌아 볼때 나는 지금이 , 80살이 가장 여유있고 행복한 때가
아닌가 싶어 아무도 모르게 홀로 미소짓곤한다. 고생이란걸 별로 모르고 지난
세월을 살아 왔지만 학교다닐때는 아름답고 재미있는 추억도 많았지만 늘
쫓기듯 살아온것 같다 . 누구나 한결같이 느끼는 일이겠지만 결혼 후엔
서툰 살림에 육아에 바쁜 생활을 부인할수 없다.
한국을 떠나 이국에서의 삶이란 치열하게 살아야했다. 먹고 사는 일에 정신
없이 매일을 뛰면서 살다 보니 30년 이란 시간을 훌쩍 넘기게 되고 우리는
어느새 노인이 되어 있었고, 세월을 도둑 맞은 착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세월을 이렇게 했으면 좋왔을껄, 저렇게 했으면 좋왔을껄, 하는 후회나
아쉬움을 훌훌 떨어 버리고 가장 젊은 날만을 매일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생각해 보니 내 삶에 아무런 근심 걱정이 사라지고 있었다. 은퇴했겠다 손자들
까지 성인이 되었겠다 자고 새면 시간에 쫓겨 출근할 일도 없겠다 잠이 안오면
무슨 걱정인가 내일 자면 그뿐, 일하기 싫으면 내일 하면 된다 . 친구이자 동반자인 남편은 쿵짝이 잘 맞는다 . 살기 좋은 세상이되어 밥하기 싫으면 입맛대로 먹을
식당이 즐비하고 무엇이나 쉽게 사 먹을수 있는 기가 막힌 세상이다.
아귀다툼 없이 근심걱정 없이 나 하고 싶은데로 마음데로 살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무엇과도 바꾸기 싫은 세월이다 . 내가 해야될 일은 서서히 시간을
만들어 삶을 정리 하고 간편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아직 내 근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나는 모르지만 그날까지 영육 간에 즐겁게 살아가기를 기도할뿐이다.
열심히 운동하며 즐기고 이제는 좋은 계절이 왔으니 예쁜 꽃들을 많이 심고
눈요기를 위해서 여러가지 모종들을 사다 놨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아들 며늘이
기회가 되는데로 놀러 가잖다. 지난달에 두차례 장거리 여행을 했는데 부모가 늙었'
지만 아직은 데리고 다닐만 했나보다 . 쿵짝을 잘 맞춰주니 저희들도 재미가 있었
는지 종종 장거리를 가자니 이건 완전 뽀너스란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자식들이 어디던 가자고 할때 사양하지 말고,
거추장 스런 행동 하지말고, 지갑도 적당히 열어 가면서 분위기에 맞게
친구같은 생각으로 동행한다면 여행은 서로의 감정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삶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