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백합 산악회 문경새재 여행@
5월 23일(월요일) 첫째날
7시 10분에 압구정에 도착하니 백합회 1호, 2호라며 깜빡거리는 분홍색 버스 두 대가 서 있다. 진달래꽃처럼 꽃분홍색 버스가 우리들이 타고 갈 버스란다. 7시 30분 압구정 옥외 주차장에서 출발해서 8시 죽전 버스정류장에서 몇 분의 선배님을 모시고 출발이다. 날씨는 5월 향기 속에 화창하고 녹색의 잎새들이 푸른 하늘과 더불어 화사하게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의 여행길을 빛내 주고 있다. 1호차에는 13기(1명) 15기(12명) 16기(5명) 25기(10명) 26기(1명) 29분이, 2호차는 9기(1명) 12기(4명) 14기(8명) 18기(3명) 23기(5명) 27기(8명) 29분이 나누어 타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에 함께 하신 분들의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산악회에서 준비한 맛있는 김밥과 콩과 알밤 등이 버무려진 뜨끈뜨끈한 백설기 하나와 물을 나누어 주어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하며 재잘 재잘 여고시절로 돌아간 듯 수다를 떨고 버스는 우리들의 마음처럼 신나게 춤추며 달려간다. 10시 10분쯤에 [문경 진남역]에 도착해서 레일 바이크를 타는데 4명이 한조가 되어서 15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이다. 60명이 모두 타고 출발 하자니 시간이 조금 지체가 되지만 천천히 우리들의 첫 번째 여정을 즐기기로 하자. 레일 바이크는 고속도로가 만들어지고 국도가 뚫리다 보니 더 이상은 기차를 운영하지 않는 버려진 철도역을 되살리기 위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데 참으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된다. 옛 철도 길을 따라서 4명이 힘차게 바퀴를 돌리고 주변의 마을과 강과 계곡과 산을 바라보며 달리는 일은 매우 상쾌하다. 어디를 가든지 수려한 산새와 5월이라는 아름다운 계절과 더불어 날씨까지 덤으로 좋으니 여고 동문들의 웃음소리가 청명하게 울려 퍼지고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까지도 웃음소리가 가 닿을 듯하니 행복이라는 말은 이 순간을 두고 일컫는 것이 아닐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문경 새재] 공원에 도착해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후에 걷기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행군을 시작하는데 눈이 보배라고 때마침 입구까지 가는 작은 미니버스가 보이니 저질 체력인 우리 3인방은 삼천원을 주고 선배님들 볼까봐 두리번거리며 얼른 올라 앉았는데 좌석이 몇 개 안남아서 뒤 이어 오신 선배님 몇 분이 덩달아 타시고서 버스는 출발이다. 현석분과 박화숙이는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데 버스를 타고 가는 우리가 더 빠르게 입구에 도착할 듯 싶다. ' 에고고 미안스러버라.'
드디어 문경새재 입구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드리워진 나무와 넓고 편안한 흙길은 참 걷기에도 안성마춤인 길이다. 문경새재의 제1관문인 주흘관과 제2관문인 조곡관까지는 3km이라서 왕복으로는 6km가 된단다. 여기부터는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나뉘어서 걷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고 과거를 보기 위해 다녔다는 옛길로 들어서서 포즈를 취해보기도 하면서 울창하고 아름다운 나무가 죽죽 하늘로 뻗어 올라가 햇살을 가려 주는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그 유명한 옛길을 걸어 본다. 어디까지 가다가 되돌아 나오든 자기 자신의 신체 나이에 맞게 걷는 것이 산악회의 철칙이다. 수다를 떨면서 걸어 가다보니 버스를 타고 앞질러 왔어도 석분이와 화숙이는 우리를 지나쳐서 벌써 앞으로 가버려서 까마득히 작은 점으로 보인다. 주변에 있는 정자에서 쉬기도 하고 포석정처럼 생긴 작은 호숫가 정자 앞에서 물장구를 치기도 하고 자연 생태공원이나 옛길 박물관, 오픈 세트장을 자유롭게 걷다가 4시까지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로 했으니 쉬엄쉬엄 가 볼까나?
짙은 실록의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한 우리들은 유명한 문경 온천탕으로 들어가 힘들게 걸었던 다리와 땀으로 끈끈해진 몸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 버리고 시원한 묵밥 한그릇을 뚝딱 먹어 치웠다. 정작 선두에서 열심히 걸어 간 두 사람이 온천욕을 하지 않는다니 고개가 꺄우뚱이다.
' 너네는 아직도 거시기 하니? 호호호 '
문경 대야산 속에 있는 자연 휴양림에서 방을 배정 받고 피곤하고 노곤함을 달랠 겸 하루를 묵기로 한다. 방마다 여고시절의 동창생들끼리 깔깔 꼴꼴, 재잘 재잘, 까르르 웃는 소리와 노래 소리가 끊임이 없으니 네 박자로 우는 대야산의 검은등 뻐꾸기가 잠을 설쳤을 껄......
5월 24일(화요일) 둘쨋날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지지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니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소리가 시원스럽다. 안개가 이리저리 숲속 나무들을 휘감다 풀어지기를 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대야산 휴양림이 더욱 멋스럽게 보인다. 새벽녘부터 시원하고 상큼한 비를 맞은 초록 잎들은 똘망똘망한 눈을 생글거리고 비에 젖은 휴양림의 숲은 사뭇 몽환적이다. 비 소리를 들으며 단장을 하고 키를 반납하고 인원 점검을 하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넘었다. 버스를 타고 달려서 아침 식당에 도착해서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아침 식사 후에 선유동천 나들길에 있는 [이강년 기념관]에 들어서니 기념관 뒷산으로 안개와 구름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상쾌하다. 의병대장 운강 이강년 기념관에는 우리가 역사책에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시대의 아픔과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운강선생의 기백이 살아 있는 듯이 보인다. 오직 애국애족의 국민정신을 고취하고 고난의 시대에 민족을 떠 받쳐 온 역사의 저력을 담아내고 있는데 족보를 보니 효령대군의 19대 손이었다. 운강선생은 유인석의 문하생으로 화서학파의 학맥을 계승하여 토적복수의 항일의병전쟁을 전개 하였으며 1896년 을미의병전쟁과 1907년부터 1908년까지 정미의병전쟁을 일으켰고 1908년 10월 31일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하였다. 이강년 기념관을 보고 바로 옆에 있는 생가와 마을 주변을 보다가 버스에 탑승해서 학천정 주차장으로 가거나 칠우칠곡과 선유구곡 및 학천정을 거쳐서 주차장으로 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마침 근처의 길을 새로 포장하고 있는 중이어서 가는 길이 평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석분이 앞장을 서서 이미 건너편으로 가고 있다. 어제의 문경새재만큼이나 평탄하고 좋을 것으로 기대하며 우중 산보라는 낭만을 생각하면서 뒤를 따르다 보니 길이 생각지도 않게 매우 험난하다. 게다가 새벽부터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넘치니 징검다리로 놓여진 작은 돌 가지고는 건널 수가 없어서 석분이가 주변에서 돌을 가져와 징검다리를 다시 만들고 손을 잡아주며 건너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앞 팀과 뒤 팀의 간격도 상당히 떨어졌다. 비가 와서 땅은 질척거리지, 계곡은 많지, 계곡의 돌은 미끄럽지, 표지판도 잘 안 보이니 여러 갈래 길을 만나면 이리 저리 헤메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아침 산행이었지만 물속에 빠지신 선배님도 있고 계곡을 건너다 신발이 물에 떠내려 간 선배님도 계셨지만 크게 다치신 분들이 없이 30분이나 늦게 학천정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 에고고 힘들어라.' 그래도 선배님과 함께 서로 부축하고 잡아주고 걸으면서 여기저기서 사진도 찍고 즐겁고 재미있는 아침 산행이었다. 아쉽게 용추폭포는 포기를 하고 1시에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 식사 후에 앙증맞게 생긴 꼬마 모노레일을 타고 [가은 오픈 세트장]으로 올라갔다. 여기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극이 촬영되는 곳이란다. 넓은 촬영장에는 평양성, 고구려 궁, 신라궁, 신라 마을, 고구려 마을, 안시성, 요동성 등이 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대단히 커서 놀라웠고 신기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오니 바로 [석탄박물관]이 보인다. 그러나 아침부터 늦어진 시간 때문에 석탄 박물관을 둘러 볼 시간이 30분밖에 없단다. 규모로 보니 한 두시간은 족히 보아야 할 것 같은데 아쉽다. 석탄박물관은 2층과 3층에 전시실이 있고 야외로 나가서 걷다가 보면 [은성갱]이라는 실제의 갱도를 들어가서 볼 수도 있으며 거미열차를 타고 갱도 여행도 하고 탄광사택촌도 볼 수가 있다는데 시간이 없어서 아쉬움이 가득하다. 후다닥 석탄 박물관을 둘러보고 3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하여 이천의 [거궁]에서 그야말로 거창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압구정에 도착하여 해산하니 7시 10분이다.
아무튼 오늘도 무사히 즐겁고 행복한 산악회 일정을 마치고 친구들과 선후배님들과 작별을 고하며 다음 여행지에서의 만남을 기대해 본다.
'여러분~ 안녕~ 다음에 또 만나요~~'
@양윤애 2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