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문(回)文)
김옥선
금년 2월 2일에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2022.2.02) 바로 읽거나
거꾸로 읽어도 숫자가 같은 날이야.
고뤠? 헌데 이상했다. 2일을 02로 썼으면 2월도 02로 써야 할 텐데, 억지로 꿰맞춘 듯한 냄새가 났다.2021. 12. 02일이라면 모를까?
회문(팰린드롬)은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똑같은 글을 말한다. 기러기, 별똥별, 장발장처럼 말이다.
예전에 레크레이션 사회를 보거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 나는 곧잘 퀴즈게임을 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던 시절이라 이곳저곳에서 모아 들인 따끈따끈핫 것들이었다. A4용지에 상식 퀴즈와 넌센스 퀴즈 등을 가득 실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도 들어있었다.
*다음 문장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탄도유도탄, 다들잠들다,
고치다손다치고,
가져가라가져가,
세미나때때나미세."
답은 물론 회문이다.
슈퍼 쥬니어의 <로꾸꺼>는 회문을 이용해 만든 노래이다. 로꾸꺼 가사 중 일부를 소개한다.
"아 좋다 좋아, 다시 합창합시다
자꾸만 꿈만 꾸자,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음을 풍자한 가요이다.
회문은 영어에도 존재한다.
"level, madam, kayak, ABBA,
reviver, race car ---."
요즘은 퀴즈 프린트를 잘 하지 않는다. 남 앞에 나설 일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상이 바뀐 게 더 큰 요인이다. 스마트폰의 검색창만 두드리면 웬만한 문제는 다 풀 수 있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나 기회가 온다면 퀴즈게임을 또 하고 싶다. 카드 방식으로 종이 한 장에 문제 하나씩 내어 즉석에서 맞히게 하면 될 것이다. 이왕이면 상품도 푸짐하게 걸고ㅡ.
인터넷에서 기발한 회문을 찾았다.
"다리 그리고 저고리 그리다,
다시 올 이월이 윤이월이올시다."
이렇듯 절묘한 문장을 만들어낸 이는 누굴까? 찬사를 보낸다.
(2022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