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견디고 핀 꽃이 더 아름답다
24기 박현숙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한 전설 지니고
동해의 해금강으로 불리는
삼척 초곡 용굴 촛대바위 길을 간다
펼쳐진 에메랄드빛 동해에서
바다 위로 머리 드러낸 바위들 사이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를 본다
아무리 파도처럼 쉼 없이 몰아쳐도
우뚝 선 촛대바위 단단한 마음 하나
흔들지 못하고
수없이 생채기만 아로새겼을 뿐
내 세상은 요지부동이었다
암석에 설치한 천연 전망대 올라
바위마다 삶이 남긴 흔적
애달프게 마주하니
끝내 불발된 파도처럼 아쉬운지
하얀 눈물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아픔 견디고 핀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해도
아직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출렁이는 내 마음
속이 후련하도록
사투를 벌이며 솟아오르라는 너
푸른 동해 물빛처럼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물들이려면
내 안의 높은 물결 가라앉게
더 많이 울어야 한다며
파도는 더 거세게 몰아치고 있구나
< 2월 정모, 삼척 용굴 촛대바위를 보고 와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