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9월 21일 목요일
장소: 성북동 최순우 옛집 ~ 길상사 ~ 심우장... 성북동 투어
참가인원: 7명
리딩: 박말다
꽃무릇이 피는 계절에 성북동 투어를 하고 왔습니다.
4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내시고 우리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데 힘써오신 최순우 선생님이 사시던 최순우 옛집에 먼저 들러
한옥이 주는 안온함과 마음까지 순화되고 정화되는 느낌에 푹 잠겼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부인과 따님이 사시다가 옮겨가시는 중에 내셔널 트러스트 재단이 시민들의 기금으로 매입하여 지키고 관리하는 곳입니다.
수 년 전 처음 들어섰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한옥의 매력이 바로 이거로구나... 이런 곳에서 애들을 키우면 절대 문제아는 나올 수 없겠다 싶은 편안함과 나를 감싸주는 듯한 그 느낌에 빠졌었더랬습니다.
열린 ㅁ 자의 구조로 중정이 있고 안방과 건넌방과 서재, 아이들이 자라던 아랫방의 구조에 어른들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한옥이, 말이 특별히 없어도 자녀들 교육이 절로 이루어지는 한옥이 시멘트의 아파트에서 현대를 살고 있는 저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나무들이 숲을 이루는 뒤뜰 쪽마루에 앉으면 초록이 주는 심신의 안정과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얼마나 좋던지요.
다음 코스로 백석 시인과 자야 여사의 사랑 이야기가 있는 길상사로 향했습니다.
수천억의 재산이 무슨 소용이랴. 백석 시인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며 자야여사가 법정스님께 시주한 길상사에서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취해서 꽃무릇이 한창 핀 경 내를 돌고 법정스님의 초상화와 유골이 모셔진 진영각에 가서 인사드리고
경내의 다원에서 맛난 차를 마시며 길상사에 푹 빠졌습니다.
다음 코스로 한용운 선생님이 3.1운동 후 투옥되셨다가 출감하셔서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던 심우장으로 향했습니다.
진리를 찾는다는 뜻의 심우장. 집을 남향으로 앉히면 조선총독부를 향한다며 돌아앉혀 굳이 북향집으로 지어
북향집으로 더 유명한 한옥입니다.
북향집의 쪽마루에 앉아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을 해야한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만세를 불러야 한다'는 손병희 선생의 말씀을 되새겼습니다.
마당 한 켠의 커다란 은행나무를 보며 노랗게 물들었을 때 다시 맞춰 올 수 있을까...?
부엌에 가서 밥 푸는 체험도 해 보는 날이었습니다.
언제 가도 좋은 성북동 투어 코스! 내년 봄에 길상사에 영춘화가 피면 다시 또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