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정모 시
구곡폭포를 바라보며
박 현 숙
역대급 태풍이 휩쓴 다음 날
자연이 살아 숨 쉰다는 강촌의 명소
아홉 굽이로 돌아드는 마을의 폭포 앞에 섰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 사이
하얀 포말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수 따라
울려 퍼지는 우렁찬 소리
무더위에 찌든 내 마음을 깨운다
저 하얀 비단 폭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어릴 적부터 새처럼 닿고 싶어 했던 높은 절벽의 꿈으로
나처럼 칠십 성상 멈추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을 텐데
이젠 모든 걸 비우고 멈춰 내려놓아야 할 나이라며
뛰어내리는 모습
멈추지 않는 용기가 아름답다
그래도 아직 미련 남았는지
수직으로 낙하하지 못하고 굽이친 인생길 따라
기억 속 묻은 추억 그리듯
굽이쳐 떨어지는 은빛 물줄기 폭포
이정표 없는 낯선 길
서툴러 부끄럽게 찍는 내 삶의 발자국도
구곡폭포처럼 울퉁불퉁한 인생길 따라
먼 길을 돌고 있는 것일거야
비록 삶의 길이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순백의 면사포를 펼쳐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