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몸 전체가 똥파리였다
2009.05.05 12:03:37 조회434
파리는 지저분하다.
똥도 휘저어 먹이를 찾고
쓰러기더미도 제 집처럼 드나들기도 서식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똥파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거다.
양익준.
이사람에 관해 언젠가 티브이에서 본적이 있다.
보통의 상식적인 성장과정에서 조금은 벗어난 사람이다.
하는 일없이,
별 욕심없이 고교를 졸업하고도 그렇게 지냈다고 한다.
골목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잡아먹다가 군에 입대를 했고
제대말년에 장래에 관해 고민을 했다.
결론은 영화쪽 일을 하는 것으로.
제대후 공부를 해 공주대 영상학부에 입학을 해서 연기를 공부했고 우연히 촬영스텝을 기웃거리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참여했다.
연기를 먼저 공부한 것은 그에게 지혜로운 선택이 된 셈이다.
똥파리에서 그는 감독과 주연을 해냈다.
그의 몸 전체가 똥파리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인다.
비루, 비참, 비열, 치사, 무식이 온몸에서 끝이 없이 쏟아진다.
예술이랍시고 뭔가를 척척 발라낸 영화에 익숙한 내 눈을 낯설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배우들을 다 훑어봐도 그역할을 그만큼 해낼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그건 연기에 불과한 똥파리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도 어느 골목에서 일어 날 수도 있다는 느낌을 확확 살아나게 한다.
게다가 욕이 대화의 전부라서 교양이라는 것에 억눌렸던,
아니 숨었던 본능을 자극해서 오래된 체증을 가볍게 해결해준 치료제 같았다.
이대목에서 눈물을 흘려야 해. 라는 강요가 아니라 저절로
처연하고 참혹함이 눈에 들어 와 눈물을 흐르게 한다.
구태어 보지 않으려고 외면한 어두운 풍경을 세상을 향해 고발한 영화다.
이런 거, 없을 줄 알았지? 그런데 지금도 존재하거든. 이라고.
성장과 영원히 없어질 수 없는 부동의 어둠을.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양극을 보란듯이 파헤쳐줬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저렸고 꽁꽁 숨긴 비밀이 탄로나는 내면을 내가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