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2008.12.03 10:29:36 조회632
윽...
내 입에서는 이런 외마디 밖에 나올 게 없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화요일이었다.
희경이가 가게에 들리라고 했다.
살이 붙어버린 관계로 입을 만한 옷이 없었다.
내심 희경이가 뭘좀 주려나 하는 바램에 샌드위치까지 사가지고 갔다.
니트 네개를 준다.
1,아이보리 브이넼 캐시미어 한개.
2,검은 색 루꼬뱅캐시미어 한개.(이것은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브랜드며 디자인이 제일 맘에 들었다)
3.검은색 가디건 한개.
4.갈색 가디건 한개.
줄줄이 있는 연말모임이 걱정스러웠는데 해결된 셈이다.
희경이는 좋은 옷이니까 절대로 집에서 빨지 말고 세탁소에 맡기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내가 너무 말을 잘 들은 게 문제였을까.
집에 오자마자 세탁소에 맡겼다.
4번은 실크와 코튼이 섞인 거라 맡기지 않았고.
다음날인 수요일 밤에 세탁소사람이 옷을 가져왔다.
금요일 구선생의 대산문학상 시상식에 입을 거라 냄새를 뺄 겸 소파위에 놓았다.
분명히 어제 아침에는 있었다.
작품을 완전히 우라까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 챙기지 못했다.
밤 늦게 입어 볼 요량으로 거실에 나갔다.
니트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는 남편을 깨워 물었는데 치우지 않았다는 대답만 들었다.
시아버지가 범인이다.
밤새 몇번을 들락거리셨던 화장실도 가지 않으시는 거다.
그래서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다.
아침 6시에 화장실에서 나오는 시아버지를 다그쳤다.
보지 못했다고,
쓰레장에 버렸다고,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이 분분해 더 열이 오른다.
결국 경비아저씨를 찾았고 둘이서 의류함을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남은 희망은 두가지다.
시아버지 방을 뒤져 보는거랑 혹시 청소아줌마가 보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9시가 좀 넘었다.
청소아줌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많이 이상하다고 혀를 찬다.
도대체 옷걸이에 걸려 비닐을 뒤집어 쓴 내 니트들은 어딜 간거야.
시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서 그 방을 봤다.
고약한 냄새에 머리가 아플정도다.
없었다. 그방에도.
그래서 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