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경칩[驚蟄]
<요약>
1년을 24개로 구분한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 24절기
<유형> 개념용어
<분야> 생활/민속·인류
<내용>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해당될 때이다.
음력으로는 2월 중에, 양력으로는 3월 5일경이 된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 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알을 건져먹기도 한다. 또,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한편, 경칩날에 보리싹의 성장을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
<참고문헌>
『한국세시풍속』(임동권, 서문당, 1976)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문화재관리국, 1969∼1981)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이월령>
이월은 중춘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육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하며
스무날 음청으로 대강은 짐작나니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나니 버들 빛 새로와라
보쟁기 차려 놓고 춘경을 하오리라
살진밭 가리어서 춘모를 많이 갈고
목화밭 되어두고 제 때를 기다리소
담뱃모와 잇 심기 이를수록 좋으니라
원림을 장점하니 생리를 겸하도다
일분은 과목이요 이분은 뽕나무라
뿌리를 상치 말고 비오는 날 심으리라
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
장원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
안팎에 쌓인 검불 정쇄히 쓸어 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
육축은 못다하나 우마계견 기르리라
씨암탉 두세 마리 알 안겨 깨어 보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본초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
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풍 산약 택사
낱낱이 기록하여 때 맞게 캐어 두소
촌가에 기구 없어 값진 약 쓰올소냐
* 향수 (鄕愁) 노래 *
정지용의 시 <향수>를 가사로 한 노래로 유명한 테너 박인수 씨가 미국 LA에서
지난 2.28(현지 시간)노환으로 별세했다는 부음이 전해졌다. 향년 85세.
<향수>노래에 대하여 누구는 지구상에 이보더 더 아름답고 눈물이 그치지 않는
노래는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구는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적확하고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극찬하기도
한다.
알려진 대로 월북시인으로 분류 되었던 충북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1902~ 50)이
일본 유학 중이던 1927년에 쓴 시가 1989년 노래로 탄생한 것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내력을 살펴보니 88올림픽을 앞두고 월북작가에 대한 해금이
거론되고 제일 먼저 정지용 시인이 해금 되었는데, 같이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
고 이동원(1951~2021)가수가 정지용의 시집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는 노래로
부르고 싶은 욕망을 느껴 김희갑 작곡가를 찾아 갔다고 한다.
김 작곡가는 근 1년 고심한 끝에 작곡을 마치고 노래가 기니까 듀엣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 고 해서 당시 서울대 박인수 교수를 찾아가 의론했다고 한다.
이렇게 발표 된 노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많은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을
받아 왔는데, 지금까지 음반이 130여만 장 팔렸다고 한다.
이 노래로 그동안 대중음악과 클래식음악 간에 존재하던 편견을 어느 정도 사라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한 클래식 음악계의 반발이 심해 결국
박인수 테너는 서울대 음대 교수직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고 박인수 교수와 고 이동원 가수의 명복을 빌며 향수 노래를 들어본다.
(정리 민병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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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 수 * / 정지용 시, 김희갑 곡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테너 이동원, 바리톤 박인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