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역 6번출구 공영주차장에서 오전 8시에 출발 예정이었다.
주차장엔 여러 대의 버스들이 있었다.
정문 쪽으로 들어가질 않아 우리 버스를 찾으려 여러 버스 앞을기웃거렸다.
"수도28기" 버스를 발견하곤 서둘러 다가가는데,
낯선 남자가 말을 걸었다. 자기네도 "28기"라고 ... 무슨 말인지 몰랐다.
"수도28기" 버스와 "서울28기" 버스가 나란히 있었다.
같은 "28기"라고반가워 했다. 서로 년식을 궁금해하다 모르는체...
그들은 "영월"로가고 우린 "춘천"으로 간다는 것만 확인하곤 각각 출발했다.
"이희자"친구를 마지막 태우고 버스는 설렘을 가득 싣고 춘천을 향했다.
이희자 친구는 몸도 불편한데 시간 맞춰오느라 힘겨운 모습이었다.
안타깝고 소중했다.
출발과 동시에 보슬비가 내렸다. 버스 안은 둘씩 이야기가 가득했다.
버스 앞 창밖은 앞선 차들의 후미등 불빛이 빨갛게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옆 창밖으론 새로 싹튼 연한 잎이 가득한 나무들이, 꽃들이,
한강 물결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온 천지가 보슬비에 촉촉이 젖어 더욱
싱그러웠다. 양평쪽 친구들은 (이번엔 양평쪽 친구들이 압구정까지 오는
수고를 덜어주려) "서종IC" 부근에서 부탁했던 "물과 과일"을 싣고 합류했다
토요일이라 (도로가 막히고 단체여서) 11시30분에 이른 점심을 예약했다.
다행히 도로체증이 덜해서 이르게 춘천에 도착, 시간 여유가 있었다.
"김유정 문학관"을 잠시,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근대 문학의 시절로
구경 다녀온 기분이었다. 주위의 촉촉이 젖은 여린 나뭇잎은 어릴 적 창밖의
비를 바라다보는 아이에게로 데려갔다. 집이 서울 시내 한복판이어서,
골목길에서 놀았다. 그 시절엔 하늘 높이 새떼들이 삼각형으로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광경이 자주 있었다. 새들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어두워질 때까지
놀았다. 땅따먹기 돌맞추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등...
잠깐 밥 먹으러 집에 들렀다 다시 나와 놀았다. 지쳐서 엄마 등에 업혀서
집에 돌아가곤 했다. 엄마 등에 업혀 귀 대고 있으면 엄마 말소리가 울리곤
했는데, 세상 편안하고 아늑했다. 엄마 된장찌개 두부는 늘 꿀맛이었다.
넓디넓던 아버지 가슴은 든든했다. 부러울게 없었다. 늘 재미있고 즐거웠다.
놀다 지쳐 정신없이 자고 있으면, 잠이 깰세라 사알짝 이불 덮어주시고,
몸을 가지런히 쓰다듬어 주시던 따스한 손길을 몰래 즐겼던 기억들...
생각해보면 사랑이 넘쳤었다. 10살이 덜 되었을 즈음인지, 어느 비가 오던 날
2층 창밖(건물 2층 다다미 집에 살았다)의 비를 보다 한기를 느꼈다. 썰렁했다.
마음도 추웠다.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웠다. "엄마, 친구집엔 있는데 우리집엔
왜 아랫목이 없어?"하고 물었다. 첫 번째 철듦(세상에 눈뜨다)이었던 것 같다.
살짝 공허했던 기억도 있지만, 한없는 부모님의 사랑의 기억은 곁에서 늘 세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춘천여행은 잊혔던 오래된 기억을 추억할 수 있었던 감사한 여행이었다.
비록 비가 오긴했어도 편안한 쉼과 행복했길 기대해본다.
이번 달은 조정순(3월) 민경애(3월) 윤용숙(4월) 생일을 축하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장혜영 이우경 전애자 전 회장들의 참여로 더
풍성하고 큰 힘이 되었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