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격주 연습이 아쉽지만 즐겁게 기다려지는 날이다.
교문을 들어서니 마침 재학생들의 점심식사시간이 끝나가고 있는지
아직 소녀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웃음소리가 낭랑하다.
깔깔 꺄악 꺄악~
나도 저렇게 뜻없이 잘도 웃었던 시절이 있었지.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맴돈다.
아이들의 손에 들려있는 쥬스는 아마 식후 디저트?
그때 부드러운 시그널 뮤직이 들려온다.
수업시작을 알리는 음악의 여운이 제법 아름답다.
급하게 재촉하는 듯한 종소리보다 여유있어 자애로운 느낌이다.
배식판에 음식을 담는다. 나의 최애 반찬은 김치다.
3년 전에도 그 김치맛에 반해 어떤 선배님들은 출처를 알아내 주문까지 했다.
그 맛이 여전해 듬뿍 담는다.
재학생들 손에 들려있던 쥬스도 한 봉지씩 받아들었다.
바로 마시지 않고 무심코 배낭에 집어넣었다.
그날의 연습곡 중 맛뵈기 하나.
'찔레꽃', 설마 했는데
그렇다. 찔레꽃 붉게 피이는~~ 남쪽나라 내 고오향~~♬♪'
아니, 이건 나의 18번 아닌가?
모임 자리에서 곧잘 부르던 그 노래,
그런데 어떻게 합창곡으로 탄생했을까. 그 의문 뒤에 따라오는
염려, 근심..... 생각도 못하겠다. 알토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상상도 안 된다.
트롯트도 멋지게 합창곡으로 편곡하는 능력자들이 있으니 뭘 걱정하랴....
집에 돌아와 배낭에서 쥬스를 꺼내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이건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쥬스봉다리의 그림을 보니
아, 나도 학생이 된 기분이다.
바로 인증샷.
'학교로 간 사과'
이 쥬스를 마시는 순간 마술이라도 일어나
깔깔거리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후후~~ 상상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