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6 목요일
우리가 합창 연습하던 동문회관이 리모델링했다는 소식, 지난 날의 추억은 가라.
(사실 그 시절, 연습실 창밖으로 보이는 사계의 정원도 좋았지만)
사람이 참 간사해서 새 것이라면 이렇게 마음이 동하다니 이 어쩔 수 없는 속물근성이여.
어떻게 변했을까. 빨리 보고 싶은 마음으로 교문에 들어서면서 설렘이라는 감정을
오랜만에 맛보았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환한 색의 인테리어가 그렇고 조명도 더할 수 없이 밝아 좋았어요.
무엇보다 연습시간에 우리의 멋진(?) 화음이 재학생들의 귀를 혹시라도 괴롭힐까, 수업을 방해할까
걱정, 내지는 눈치도 보였었는데 음악실의 방음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는 겁니다.
내 힘으로 음악실 묵직한 문을 여는데 좀 버거울 정도였지만 '바로 이거야' 싶어 그 무게가 오히려
반가웠어요.
합창연습일 즐거움의 하나, 식당에서 식판에 음식 담아먹는 그 맛.
푸짐하고 다양한 반찬, 그리고 전에도 즐기던 그 김치맛도 그대로여서 김치를 제일 잘 먹는 나의 촌스러운 입맛을 변함없이 만족시켜줍니다.
달라진 점은 아크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면서 아직은 조심해야 하는 세월이라는 자각....
그런데 그 세월의 간극이 목소리에 그대로 새겨져 소리가 안 나오는 겁니다.
처음 발성연습에 들어갔을 때 억지로 나오던 쉰 목소리가 삑사리로 이어져 낙심했지만
시간이 자나며 쪼끔 나아집니다.
성대근육이 그 사이에도 세월의 흔적을 남겨 늘어졌다고는 하지만 다시 시작된 합창으로 조
금쯤 업(up)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봅니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늘었어요. 덕분에 전보다 소리들이 좋아진 것 같아 젊은 피의 수혈이 좋긴 좋구나 싶었지요.
첫 날이라 못 나오신 회원들이 많지만 모두 다음을 기약했으니 더 풍성한 소리를 모을 수 있겠지요.
우리의 마지막 공연을 지휘하시던 만삭의 지휘자님. 뱃속의 아이가 벌써 다섯 살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에 모두 경탄, 사실 우리의 세월이 그만큼 앞으로 간 생각을 하면 경탄으로만 그칠 수 없지만 그래도 새생명의 경이 또한 만만치 않지요.
새로운 환경, 새 식구들, 그리고 오랜만의 만남들 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첫 날 배운 두 곡, '라일락 향기로 말해요' '송인', 이 봄에 어울리는 경쾌함도 약간의 우수도
그대로 감성을 자극하며 스며듭니다.
관건은 잘, 자알 불러야 할텐데, 아직은 더듬더듬... 그래도 두 곡 다 아름다워요.
이제 시작입니다. 교정에 꽃도 만발할 테고
동문들의 화음도 어우러져 갈 것입니다.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