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탓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수량이 그리 많지 않았다. 제법 하얀 모래톱도 드문드문 보이고 江岸 언덕의 덤불숲도 나무들도 아직은 메말라 살풍경하기 짝이 없다. 그곳에서는 바람결도 끊임없이 밀려오는 물살처럼 불어와 한기를 더하게 했다.
아주 오래 전, 여의도가 그냥 섬이었을 때 샛강을 건너는 부교가 있었다. 그때 흔들거리며 물 위를 걸어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어쨌든 강심에 들어서서 양안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은 흔한 일이 아니다. 곡선을 이루며 물윗길은 이어졌다. 로프로 안전장치를 했지만 그다지 위험을 느끼진 못했다. 약간의 흔들림을 즐기며 모두 사진으로 남기기 바빴다.
사실 내가 그리던 한탄강은 얼어붙은 겨울의 풍광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한탄강. 산악회 일정은 언제나 스케줄대로 오차 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상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는 법, 어느 날 날아든 카톡의 발신지는 산악회장 김경희선배님. 링크된 네이버 주소를 따라갔더니 눈이 번쩍 뜨이는 뉘우스 한 통. 한탄강을 간다는 것이다. 먼저 댓글로 손을 들었다. “저요, 저요”
산악회 정모는 아니지만 공지가 떴다 하면 금방 만석을 이루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먼저 손을 들고 볼 일이었다. 언제나처럼 산악회는 철저한 계획과 사전 준비로 그냥 따라만 가도 편하다. 할 수만 있으면 자주 참여하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못했는데 이번엔 이유 불문이다.
산악회원은 아니라도 더러 따라 붙은 적이 있고 합창을 같이 하던 선후배님들도 계셔서 근 삼년 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얼마나 반갑던지... 역시 동문이란 참 좋은 것이여.
그렇게 감히 한탄강을 밟고(?) 고석정을 거쳐 빵명장의 빵집에서 진열된 푸짐한 빵을 순삭한 다음, 포천 이동갈비집에서 갈비 좀 뜯었다. 20기 후배가 고기를 잘 굽고 잘라주어 염치없게도 널름 널름 받아먹고 이제 산정호수로. 개인적으로 몇 십 년 만에 찾아보는 호수, 둘레길을 걷기 시작할 때 사실 너무 추웠다. 하지만 멀리 호수 반대편 숲을 끼고 이어지는 데크길은 걸어보지도 않고 돌아가면 후회할 듯. 게다가 지나친 포만감을 해결도 해야 하고....
모두 만 팔천 보를 걸었느니 하며 대만족인데 왜 내 폰만 6천 몇 보라니 아무래도 고장이 아닐까. 코스는 다 빠지지 않았는데 억울하다. 핸드폰이 바보가 된 모양이다. 이 나이쯤 되면 걸음 수가 많을수록 알 수 없는 안도감이 생긴다. 운동 안하면 큰일 날 것 같은 세월이다.
돌아오는 길, 강릉 메밀막국수집, 아직도 꺼지지 않은 포만감에도 먹어야 한다. 모처럼의 달달한 여행, 암만 배가 불러도 하나라도 빠뜨리면 아쉽다.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는데도 모임을 이끌면서 끝까지 안내멘트에 유머를 잊지 않으신 회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스텝들도 애쓰셨습니다. 모두 반가웠고 많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