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그 후
2004.12.17 17:22:25 조회892
동창회가 다가오면
기대도 많이 되지만 그만큼 비례해서
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납니다.
출세(?)한 친구들 보면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괴감도 들 것이고
혹시 친구들이 나를 몰라보면 어떻게 하나 하는 쓸데없는 기우,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으례 친한 사람끼리 얘기하다
뿔뿔이 흩어져버리는 경우에 겪게 되는
이상한 허무감을 맛보게 될까봐
두려운 것이지요.
그런 저런 복잡한 마음이
그러나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보자 마자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만 얼굴 가득한 웃음으로 피어납니다.
이름은 얼른 생각이 안나도 "그래 그래 너구나" 한마디면 족합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 게다가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보랴
학교시절의 모습을 찾아 이 친구 저 친구 만나 인사말 나누다 보면
헤어질 시간이 다 되고 어쩌다 안녕이라는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황황히 떠나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날 누가 왔었고, 어느 선배님도 뵈었고, 몇 기가 가장 활발했었고
재주가 끝내주는 누구누구 선배님, 후배님 하면서
곱씹어 생각하며 몇날 며칠을 또 보내게 됩니다.
이번에는
홈페이지가 같은 시간에 맞물려 개설되는 바람에
이런 회포를 계속 풀 수 있어 여운이 아주 길더군요.
아직도 동창회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분입니다.
수도여고 출신이라는 프라이드를 버린 적이 없고
언제 어디서나 과연 수도여고 출신은 다르다는 소리도 꼭 듣고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하긴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런 묘미를 모른다. 출신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랑을...)
동문회가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 할 것 없이 더욱 활발해지고
동창들의 많은 참여와 이곳에서 소식 몰라 그리던 친구, 선, 후배, 선생님들도 다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