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2009.03.19 12:30:36 조회423
오늘 아침에 보니 18년간 키운 강아지가 죽어있었다.
털이 몹시 빠지는 포메리언종이라 베란다에서 키웠었다.
나은지 50일이 되는 녀석을 데려와 지금까지 키웠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강아지에게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나름의 감정표현을 소리로 전달하는 것도 느꼈다.
오래전 부터 이상한 행동을 했고 어제 오후엔 좀 위태로웠다.
안락사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제 수명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는 쪽을 선택했다.
어제 저녁무렵엔 아주 희미한 움직임만 있어 집에 있는 게 좀 두려웠다.
산책을 하고 저녁을 사먹고 영화를 봤다.
혼자서.
그 멋진 브래드피트의 벤자민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며 넋을 잃었다.
두시간 반의 피트와 데이트는 매우 철학적이었다.
밤에 집에 와보니 아직도 강아지는 몸을 떨면서도 크게 움직이질 않았다.
신문지를 여러겹 깔고 강아지를 편하게 뉘였다.
그리곤 기도를 했다.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흰수건과 미농지로 겹겹이 싸서 경비아저씨에게 수고비를 주며 매장을 부탁했다.
우리 집이 보이는 뒷산에 묻어 달라고.
아저씨는 표지로 작은 비석<?>도 세워줬다.
내 손은.
빨래를 했고,
음식을 만들었고,
청소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졌고,
미운사람을 때리기도 했고.
예쁜 꽃을 만지며 마음이 환해지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사람의 시신도 만졌다.
오늘은.
동물의 사체를 만지며 떠나 보냈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손이 내 죽은 몸을 나처럼 만져 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