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서울 아파트 생활을 접고 이곳 전원마을에 산지 1년 남짓...
평소 때가 되면 시골 전원에서 살기로 작심하고 틈만 나면 서울근교 전원주택지를 찾아 나서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이곳 도월마을은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백족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해발 402m인 백족산이 뒤로 병풍처럼 감싸 안고 앞은 탁 트인 장호원 읍내 시가지와
이를 관통하는 남한강 상류 청미천이 흐르는, 햇살이 참 따듯한 마을이다.
바로 햇사레 황도 복숭아의 원조 마을이기도 한 이곳 전원마을은
남편의 모교인 K고교와 우리 수도여고 동문 및 친지로 구성된 전원마을이다.
도시의 안락한 아파트 생활문화에 익숙한 내가 과연 시골 전원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하였다.
나이가 들면 흙내음과 푸른 녹색과 햇살이 건강에 좋다며 마구 밀어부친 남편을 따라
이곳에서 지내보니 그간 도시생활에서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재미가 쏠쏠하다.
닷새마다 열리는 읍내 장터에서 구해온 이런저런 씨앗과 모종을 텃밭에 심고
자연섭리 따라 싹을 틔우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런 일들이 왜 그렇게 경이롭고 놀라운지
신출내기 짝퉁 시골 아낙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마당 한곳에 자리잡은 가마솥에서 고아낸 토종 닭백숙은 그야말로 그맛이 일품이다.
마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청미천 일대는 낮에는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들판이 돋보이지만
어둠이 깔려 가면 정겹고 아늑하던 황금 들판은 짙은 암갈색으로 변해가고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서늘한 기운이 따가운 가을볕 끝에 남아있는 잔서를 식힌다.
밤이 깊어 가면 풀벌레 소리 요란하고 간간이 반딧불이가 허공을 긋고 날아가는 것도 신기하지만
특별히 내세울 것 없이 소박한 읍내인 장호원 감곡 일대의 야경이 아름다워
우리끼리는 야경을 도월제일경(桃月第一景)이라고 부른다.
우리 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읍내 번화가의 불빛은 땅위에 별 밭이라도 일구어 놓은 것처럼 아름답지만
달빛이나 별빛을 훼손시키지 않아서 좋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살다보면
휘황한 불빛에 달도 별도 빛이 바래고 달도 별도 잊고 살게 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도회의 불빛과 달빛 별빛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도월마을의 이런 저런 모습을 영상에 담아보았습니다.(음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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