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어둠의 아이들
2010.04.05 19:36:38 조회450
한겨레]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씨 방콕·치앙마이 현장 고발
심각성 공유 위해 세부 묘사 '19금' 출판은 내면적 파시즘
〈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김응교 옮김/문학동네·1만1800원
영화 < 어둠의 아이들 > 의 원작자인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74)씨가 한국을 찾았다. 연세대와 고려대 강연, 그리고 영화 관객들과의 만남을 위해 지난달 31일 입국한 그를 1일 낮 만났다.
< 어둠의 아이들 > 은 타이 방콕과 치앙마이 등에서 저질러지는 아동 성매매와 불법 장기매매의 비인간적 실상을 고발한 소설이다. 치앙마이 인근 산악 지대 출신인 어린 자매 야이룬과 센라의 수난을 중심에 놓고, 그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폭력 조직 및 그와 결탁한 경찰, 이들에 맞서는 엔지오 사회복지센터 회원들, 그리고 일본인 환자가 연루된 장기매매 실태를 취재 보도하려는 일본 기자 등이 어우러져 끔찍한 암흑의 실태를 드러낸다.
"일본의 매스컴에서도 세계의 빈곤층 문제가 때로 보도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본의 현실과 이들 빈곤층 사이의 낙차가 워낙 커서 웬만해서는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이 책을 쓰기 위해 방콕의 빈민가 클롱뜨이에 가 보고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 보지 않은 사람은 빈곤과 빈민이 무언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
소설에서 클롱뜨이 빈민가와 치앙마이 인근 산악지대의 극심한 빈곤은 어린아이들을 성매매와 장기 매매의 현장으로 내모는 주범으로 그려진다. 하루하루 생존과 싸우는 가난한 부모들에게 자식이란 한 봉지의 쌀이나 가전제품과 맞바꿀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된다. 첫딸을 판 돈으로 들여놓은 냉장고와 텔레비전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너도 언니처럼 효도할 때가 온 거야"라는 말로 여덟 살짜리 센라의 등을 떠미는 부모의 모습은 소설에서 가장 슬픈 장면에 속한다.
그렇게 부모에게 버림받고 방콕 뒷골목 유흥가로 팔려간 센라는 백인과 아랍인, 일본인 남녀가 뒤섞인 아동성애자들이 일그러진 성욕을 해소하는 도구로 소모된다. 소설 전반부에 집중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아동성애의 지옥 같은 풍경은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 정도다. 아무리 '고발'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의구심도 생긴다.
"작가로서 저는 그런 사실적인 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논문이나 언론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도, 그것이 '이 정도'라는 것은 어디에서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동성애 실태를 고발한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어른이 아이의 손을 잡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문제는 그렇게 들어간 방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하는 것이죠. 그 비극적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지 않으면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끔찍한 세부 묘사 때문에 한국의 출판사는 책 표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딱지를 붙이고 비닐 포장을 해서 판매하기로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작가는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40, 50년 전 로런스 소설 < 채털리 부인의 연인 > 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을 생각나게 하네요. 이번 경우는 더구나 당국에서 문제삼은 것도 아니고 출판사 쪽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니, '내면적 파시즘'의 징후처럼 보여서 더 문제라고 봅니다."
방콕으로 팔려갔다가 에이즈에 걸려 치앙마이 인근으로 되팔려온 야이룬은 쓰레기봉지에 넣어져 버려졌다가 가까스로 살아나 우여곡절 끝에 고향 집을 찾아가지만 부모의 냉대 속에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센라는 영문도 모르는 채 일본인 어린이 심장병 환자를 위해 제 심장을 떼어 주게 된다. "아동 성매매 못지않게 에이즈와 불법 장기매매 역시 심각한 문제"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빛 속에 있는 사람들은 어둠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둠 속의 사람에게는 빛 속에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죠. < 어둠의 아이들 > 은 바로 그런 어둠의 상상력으로 쓴 소설입니다."
최양일 감독이 영화로 만든 <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 (원제 '택시 광조곡')와 < 피와 뼈 > , < 밤을 걸고 > 등의 작품을 통해 일본 사회의 어두운 이면과 재일조선인의 삶의 애환을 그려 온 양석일씨는 조선 출신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소설 < 돌아오는 봄 > 을 이달 중에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일과 2일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강연한 그는 3일 오후 2시 서울 이화여대 안 아트하우스 모모와 같은 날 저녁 7시 시너스 이수에서 영화 < 어둠의 아이들 > 관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4일 일본으로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