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꼬가 되기 싫었다
2010.04.20 19:27:38 조회582
얼마전에 끝난 시트콤의 어린 탈렌트가 툭하면 빵꾸똥꼬라고 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그아이 입에선 빵꾸똥꼬가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욕이라거나 비아냥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풋풋함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정스러움의 화려한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 두이산악회의 일정은 묘애네 집에 가는 것이었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퍼질러 자고 싶었지만 빵꾸똥꼬가 되지 않으려고 일찌감치
나섰다.
가장 정신이 건강하려면 수다를 많이 떨어야한다.
나는 그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쉴새 없이 입운동을 했다.
산에 오르고,
정찬을 마주하면서 모두들 기뻐했다.
먹기 위해 사는거나, 살기 위해 먹는거나 다 거기서 거기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이 좋으니까.
아무튼 우린 잘 먹었다.
묘애의 서방님과 멋진 친구분의 세심한 배려로 우리는 손도 까딱하지 않고 공주내지는 여왕이 되었다.
문서없는 종살이 삼십사년에 누리는 호강.
감동이었다.
무엇이든 기쁨뒤에는 소리없는 회생이 꼭 있기 마련이다.
묘애부부, 임원진, 유료사회자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없는 경옥이.
모두들 고맙고 즐거웠다.
그런데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것이 있었다.
그분,
검은 안경을 쓰신 분.
친구 잘 못만나 뭇아지매들의 시중을 들어주심이 고마워 내가 묘애네 집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란 이 느낌.
정 한사발 그곳에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