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가출하고 싶었다
2010.04.12 14:56:54 조회586
금요일.
아줌마들이 떼로 몰려 반란을 일으키려 진도로 향하던 날.
나는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만나야 하는 사람에 맞춰 곱게 차리고 나가야했다.
성지성당에 가면서 미사를 마치고 곧바로 나가려 정장을 입고 나섰다.
미사를 마치고 헌금을 집계하고 나니 일이 있어 차량을 운행하지 않았다.
뽀죽구두를 신은 채 내려가다 택시를 만나면 타려했다.
오분을 걸어도, 십분이 되어도 택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산길은 포장이 되었어도 울퉁불퉁이라 힘이 든다.
삽십분을 걸어 버스를 탔다.
도저히 발바닥이 아파 그대로 나갈 수가 없어 집에 들러 운동화로 갈아신으려고 했다.
나는 뉴요커가 아니므로 투피스정장에 운동화를 신을 순 없어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이것도 저것도 신경에 거슬렸다.
이십여분간 입고 벗기를 반복했다.
외출후 내 방에 들어섰다.
폭격을 맞아 뒤집어졌거나,
도둑이 들어 마구 헝크러 놓은 풍경이다.
양말을 찾느라 서랍은 열려있고,
화장품은 여기저기...
침대위엔 내가 벗고 입기를 반복한 결과물들이 즐비하다 못해
방바닥에 까지 흘러내리고 난리다.
심란하지만 피곤해서 손도 대기 싫었다.
어쩌냐.
혼자 중얼거리다 보지 않은 걸로 하고 방문을 닫았다.
아...가출하고 싶다, 였다.
거실에서 티브이 보다 밥먹고 또 잤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가출의 욕구는 잠이 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