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어르신이 어쩐다구?
어려서 부터 봐온 우리 구역 식구가 “60세 어르신이~” 하면서 놀린다.
그 젊은 청년도 ‘58 개띠 라니까 벌써 51세라, 젊은 청년도 아니고
중년 남자가 되었지만, 청년때부터 봐 왔기에 나이가 들었다고 상상도 할 수 없는데,…
지난 토요일, 결혼식에서 같은 자리에 앉았는데, 큰 스크린에 비친 뒷머리에 빈터가 보였다.
“벌써 ‘속알머리’가 없는 남자가 되었구먼” 하면서 놀리니까,
“아, 요즘, 머리만 빠지는게 아니구, 자꾸 잊어버려서 큰일 났어요..” 하길래,
-벌써 그런 소리 하면 어떻게 해, 내 나이 돼 봐,, 하니까
“60세 어르신이 되더니 할머니 단어를 쓰시네~ 하면서 되받는다.ㅎㅎㅎ
잊어버리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ㅎㅎㅎ
월요일 저녁부터 ‘내일 아침에 피검사 하러 가는 날이니까 저녁 10시부터
물만 마셔야 돼…” 아마 대 여섯번은 되풀이 했을꺼다.
아침에 물을 마시고, 냉장고 문을 여니, 요구르트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고
매일 아침 하던대로 하나를 뜯어 쭈욱 마시고는 피검사를 하러 나섰다.
닥터 오피스에서 이름을 올려 놓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여 앉았다가
물이 마시고 싶어서 일어나다,
“어머, 어머… 내가~ 어떻게 해~ !!!”
간호원에게, ‘내가 오늘 실수를 한것 같다… 아침에 요구르트를 마신것이
지금에야 생각이 났으니….” ,
- 할수 없지, 그럼 다시 스케쥴을 잡으세요…
어이없는 웃음을 한참 날리고 나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니, 마음이 울쩍해 진다.
참 허무하네… 어제 저녁부터 조심 조심해놓고, 아침에 요구르트 마시던 습관은 그대로 행하고,
생각없이 닥터 오피스까지 와서도….
에궁… 슬퍼라, 허무해라, 속상해라… 라, 라, 라… ㅎㅎㅎ ㅉ.ㅉ.ㅉ
-오늘, 코스코에 들려서 이 다섯가지는 꼭 사야돼…
다섯가지를 쭉 대면서 남편에게
“꼭 이 다섯가지는 잊으면 안돼니까 나중에 내가 잊어버리면 꼭 알려줘... “알았어”..
매장을 한바퀴 돌면서 네가지는 샀는데, 다섯번째 산다고 한것이 무엇이었던가 기억이 안난다….
“뭐였지?
‘글쎄, 뭐였더라? 네가지 아니였어?
“아냐, 다섯가지 였는데, 한가지가 뭐였더라?
‘생각안나는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한것이 아닌가 보네. 다 샀으면 가자.
그날 저녁을 지내고, 주일 아침 준비하다가 큰소리로 “올리브 오일! “..
우리 둘은 서로 마주 보며 ㅎ ㅎ ㅎ 그리곤 ㅉ ㅉ ㅉ…
머리위에 안경 얹어 놓고 찾는 것은 이미 흘러간 옛이야기…
집안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내가 왜 내려 왔었는지, 무엇을 찾으러
이층에 올라갔었는지 까먹는 일도 마찬가지…
손에 연장들고 “어디다 두고 왔나봐~’ 하면서 주위사람들 공포분위기 조성하는 일…ㅎㅎㅎ
집에서 일하는 다음날, 회사 Laptop 을 집에 두고 오는 일… ㅎㅎㅎ
하루는 사무실에 전화가 왔다…”아니, 왜 거기 계세요?
“어머나, 나, 오늘 치과 약속있었지…
치과의사의 전화를 받고서 기억해 내다니… ‘어째~~ ‘
내가 아는 분은 동부에 사는 친구 딸 결혼식에 간다고 두달전에 비행기표
사놓고는 막상 그날, 골프치고 저녁 먹고 집에 들어 가니까 친구가 메세지를 남겼더란다.
‘너 어디 아프니?’
주위에 일어나는 일들을 주고 받다 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살아가는 코스인가 보다고 생각도 하지만, 남이 하면 너무 재미있는 일이고
내가 하면 심각하고 울적해지는 일들이라….
주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ㅎㅎㅎ 하다가는 내가 겪으면 ㅉ ㅉ ㅉ 하면서
매일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한다. 오늘은 뭔가 좀 더 새로운 일을 내지 않을까,
슬슬 자신을 믿을수 없어 지기 까지 하면서… ㅎㅎㅎ 그리곤 ㅉ ㅉ ㅉ…
재미로 넘기는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거겠지? ㅎㅎㅎ
그러다, 정말 심각해 지면, "치매 초기, 중증... ㅉ ㅉ ㅉ" 하겠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