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떨기
2009.09.08 09:55:37 조회607
어제 막 선덕여왕을 보는데, 그 여자가 전화를 했다.
통화는 한시간이 넘고야 끝났다.
늘 그렇지만 이런저런 얘기하며 수다떤 전화다.
같은 거리에 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고, 벌써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서로 먼데로 헤어져, 가끔 만나고 통화만 한다. 이번 전화는
꽤 오랜 만이다. 한 6개월 만인가...하지만 아무런 스스럼도 없다.
그렇다고 서로 호흡이 잘 맞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그녀와 나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처음엔 함께 어디 갔다가 돌아올 때는 따로국밥 신세도 여러번...
그녀는 일단 얼굴이 꽤 받쳐준다. 내가 봐도 큰 눈망울에 빨려 들 때도 있다.
뭇 남자들의 시선이 이 여자에게 꽂힌다. 그 방면에 관한한 우월한 자존심의
그녀... 외모를 떠난 사고의 폭으로 우월한 나....
티격태격 자신의 주장을 한치도 양보하지 않지만, 우린 솔직한 성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예의를 알기에, 서로 인생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몸이 약해서 남편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젊어서부터 호강을 많이 누렸다.
자식들보다 남편이 생선살을 먼저 챙겨 주었고, 그저 호위호식으로만 세상을 살다
가 위기를 맞이한 후에도 과거를 연연해 하며, 꿈을 먹고 사는 여자다. 그런 여자를
내가 참고만 봐줄 수는 없어 독립적인 인생을 훈시하곤 했다. 마이동풍....
한번은 캐나다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갔다가 단 사흘 만에 귀국했다. 한달을 넘길
예정였는데,,, 공항에서 집에 들렀다가 즉시 나에게로 달려왔다. 2시간을 운전해서...
아들이 며느리감만 챙겨주어 화가 치밀었다는 그녀...내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다. 나이 먹고 그게 뭐냐? 과거를 잊어라...
과거의 추억을 벗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더니, 이제는 조금 그 틀을 벗은 것 같다.
나이들수록 말을 많이 해야한다면서, 주절주절....
어떤 의사가 짚은 바도 있지만,
몸에 가장 좋은 보약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은 유교 전통에
찌들어 말하는 것을 꽤나 자제한다. 솔직하고 담백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 같다. 점잔떠는게 최상이라 여긴다. 가려운 데를 긁지 못하니, 얼마나
가려울까.... 다행히 나는 서양사쪽을 공부해서인지... 상당히 진보적인 취향이라,,,
솔직한 대화를 구사하고 즐기는 편이다. 다행이다.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으니....
또한 비판적인 대화를 즐긴다. 서양 사람은 셋이 모이면 토론을 즐긴다 했다. 한국은
TV를 본대나... 열띠게 토론을 벌였던 대학 시절이 그립다. 토론은 토론일뿐 그 후에
앙금을 가져선 안되는 것이 토론의 룰이다. 토론을 통해 사회는 정화되고, 발전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