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의 추억은 웬지 삭막하다. 분수꼭지에서 물보라도 안나오고,
벤치도 있었지만,
새파란 은행나무가 별로 크지도 않았고, 공사가 막 끝난 후의 어수선한
분위기랄까...그런 느낌만 가졌다.
그런데 몇십년 후 잠시 앉은 곳이 바로 그 분수대 앞이라니...
날보란 말야 하듯 바로 코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놀랜 가슴으로 분수대 근처를
돌아보고, 하늘을 치솟는 은행나무 세 그루를 넣어 사진을 찍고 분수대 위를 줄타기
하듯 걸어 보았다.
어쩐지 운동장이 넓어 보인다 했더니, 본관이 없어지고, 보수를 한 뒷건물이 본건물로
변해 분수대가 그 현관 옆에 자리잡은 것이다. 상아당 옆 건물도 보수를 했는지 4층이
되어 본 건물과 꽉차게 들어서 있다. 그런대로 깔끔한 느낌인데, 상아당 만은 그대로
방치되어 옛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교문에서 왼쪽으로는 체육관 건물과 중학교 건물이 서로 맞닿게 새로 보수되어 있었다.
중학교 건물이 정사각형이 아닌 오각형 식의 건물인 것을 확인했다. 아슴프레한 기억이
본체를 보고 나니, 눈이 밝아진 기분이다.
고적을 답사하듯
샅샅이 뒤져 보았다. 중학교 건물을 뒤로 하고 뒤의 담으로 갔다. 거기도 거목의 나무가
한그루 숨쉬고 있다. 으스스한 분위기였으나, 발길을 멈출 수 가 없었다. 끝까지 가보니
초라한 단층에 20주년 기념관 이라 쓰인 건물이 있다. 그 위로는 시커먼 모습의 우리 때의
뒤 별관 건물이 그때 모습으로 그대로 있다. 물론 셔터를 유감없이 눌렀다.
담을 끼고 녹쓴 아주 조그만 철문이 있어 그것도 찍었다. 건물과 뒤담은 거의 붙어 있을 만큼
공간이 좁다. 뒤문이 하나 있어 그곳으로 빠져 나왔다. 후암동 재건축 이라는 현수막이
나부낀다. 이곳도 조만간에 옛모습을 잃어버릴 모양이다. 삼광 초등학교 쪽으로 돌았다.
그리고 뒤건물과 맞닿은 오래된 집들도 보았다.
그때 우리가 본 집들이 그대로 여전히 그곳에 있다. 골목길도 여전하다.
다시 상아당 뒤편으로 돌아드니, 시커먼 상아당 벽면에 담쟁이가 잘도 자라 있다.
용산 학교도 한 장 찍고, 다시 후암동 거리를 돌아내렸다. 그곳도 여전하다. 후암동 삼거리까지
걸어서 내려왔다. 보관하려고 사진을 뽑았는데, 100장이 넘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