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갔다.
2009.08.26 14:31:08 조회762
그 곳에 갔다.
숙대 입구라는 멘트에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전철역을 빠져 나왔다.
막연한 호기심과 충동적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어찌 변했을까?
미군부대를 낀 남영동 골목길이 여전한 모습이다. 반갑다. 산천도 아닌 하찮은 길목이
이리 반가울까! 세월의 흔적으로 전봇대를 능가하는 나무들이 비가 갠 새파란 여름 하늘
아래 나를 반긴다. 차길로 빠져 미군부대 시멘트 담을 끼고 걸었다. 금방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며 길건너에 교문이 보인다. 서울 특별시 교육 시설 관리 사업소가 대신 걸렸지만,
교문 형태는 그대로다. 얼마만인가? 4-50년 세월 앞에 선다.
교문을 한발짝 들어서서 학교 정경을 대강 훑었다. 반가운 상아당과 그 옆에 건물과 앞 건물(본관
자리), 중학교 건물과 체육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아! 흐른 세월이여!
피곤한 상태라 눈요기만 하고 그곳을 떠났다.
며칠 후
다시 그곳을 찾았다. 카메라 셔텨를 연방 눌러대며, 차근차근 접근해갔다. 이른 아침에 남영동 골목
길을 청소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길을 깨끗이 청소한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철조망을 두른 시멘트담도 찍고, 길도 찍고, 흑백 사진에 나오던 옛건물을 발견하고 즉시 또 눌러댄다.
패밀리 마트에서 헤이즐넛 커피를 한잔 마시며, 마음을 가다듬고 나왔다.
교문을 들어선다. 일단 전보다 운동장이 훨씬 넓어보인다. 뭉개구름이 둥둥 떠있는 맑고 파란 하늘에 여름 태양이 작열한다. 건물들은 5층 건물 높이의 아릅드리 나무들이 곳곳에서 운치를 더해주며 한폭의 그림 같기도 하다. 단 상아당 건물은 오랜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보수되지 않은 퇴색톤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욱 애정이 스며온다. 길을 낀 운동장 담도 시커먼 채 무성히 자란 나무들로 연륜을 과시하고 있었다.
점점 접근한다. 앞 건물로 발을 디민다. 벤치가 있기에 잠시 쉬기 위해 앉았다. 바로 앞에 분수대가
놓여 있다. 이럴 수가.... 하트 모양의 분수대가 안압지 모양으로 오랜 풍상 끝에 날 반긴다. 물을 뿜는 분수대 꼭지가 그대로 남아 있고, 나뭇잎들이 둥둥 떠있다. 그리고 세 그루의 “우리의 은행나무”가 자랄대로 자라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완전 거목의 모습으로 본관 건물을 치솟아 올라 있다.